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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김황식·정몽준·이혜훈 JTBC 3자 토론회 합의부터 취소까지.. 진실은?

입력 2014-04-07 15:07 수정 2014-04-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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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김황식·정몽준·이혜훈 JTBC 3자 토론회 합의부터 취소까지.. 진실은?


'JTBC가 주관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TV 토론회, 왜 못하게 됐을까요?

토요일이었던 지난 5일 오후 4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김황식·정몽준·이혜훈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 3명이 JTBC 보도국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8일 화요일 밤 JTBC에서 진행하기로 한 첫 TV 경선 토론회를 앞두고 룰 미팅(발언 시간 제한 등 토론 진행 방식)을 갖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자리는 토론회 취소를 결정짓는, 매우 허탈하고도 씁쓸한 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대략적인 상황을 이미 여러 매체가 보도했지만 전후 상황을 잘 모르고 쓴 기사가 눈에 띕니다. '합의부터 취소까지' 논의 과정에 당과 모든 캠프 관계자들이 동석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비후보들은 하나같이 무산된 이유와 배경을 모른다고 하구요. 또 당도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JTBC의 TV 토론회를 추진해 온 한 사람으로서 저간의 사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지금부터 복기해 보려 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발단(?)은 손석희 앵커였습니다. 이미 '백분토론' 등에서 후보 간 경선 토론을 진행한 경험이 많은 손 앵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JTBC가 경선 후보 토론을 먼저 제안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게 벌써 한 달 전의 일입니다. 그 이후로 새누리당의 예비후보들이 정해지면서 제작진은 가장 관심이 모아질 서울시장 후보 토론의 첫 테이프를 새누리당 예비후보 3명의 토론으로 끊기로 하고 섭외에 들어갔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오랜 개별 접촉 끝에 'JTBC 주관으로 4월 8일 첫 경선 토론회를 진행하기로 세 캠프가 합의했다'는 연락이 온 것은 4월 2일 오전이었습니다. 당일 아침 9시 반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의 소집으로 캠프 관계자들이 모여서 한 합의였습니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이 나선 배경은, 전날 정몽준 예비후보 캠프 측에서 TV 토론회 조율을 요청하는 공문을 서울시당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다른 두 예비후보 측과 달리 정몽준 예비후보 측은 토론의 형식과 다른 방송사의 요청을 이유로 답변을 계속 미뤄오던 터였는데, 서울시당의 중재 끝에 결국 첫 토론회를 JTBC와 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 겁니다. 물론 종편사가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진행할 수 없다는 현행 선거법 규정과 관련해선, '서울시당이 주최하는 토론회를 JTBC가 취재보도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면 문제 없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까지 서울시당은 받아놨더군요.

어찌 알았는지 일부 인터넷 언론이 당일 오후 2시쯤 'JTBC 주관으로 8일 밤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첫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쯤 지났을까. 정몽준 예비후보측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방송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곧이어 서울시당 실무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모든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 토론회 진행 건에 대한 입장을 듣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회신 마감시간은 다음날, 그러니까 3일(목요일) 낮 12시.

저희는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3일 늦은 오후 전해온 서울시당의 결정사항은 이랬습니다. '공문 회신 결과, 종편 4개사가 후보자 토론회 중계를 요청해왔다. 이들 종편 4개사 실무자들을 4일 오전 9시 반 서울시당으로 소집해 토론회 개최 문제를 논의키로 했으니 JTBC도 참여해달라.'

김황식 예비후보 측과 이혜훈 예비후보 측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JTBC를 제외한 다른 종편 3사 기자들이 지금 김성태 의원(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만나러 간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 캠프(김황식 예비후보 측)로는 토론회 TV 중계를 요청해온 방송사가 한 군데도 없었는데, 갑자기 왜들 이러는 거냐? 8일 JTBC 토론회는 예정대로 진행되는 거냐?"라는 겁니다.

4일 오전 9시 반, 저를 포함한 4개 종편사 기자와 3명의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 그리고 김성태 의원이 모였습니다. 다른 종편사들은 "JTBC 주관하는 첫 토론회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한 종편사 기자는 "JTBC가 첫 토론회 중계를 원한다면 당일 공동중계를 원하는 타 방송사들에게 중계망을 공유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김성태 의원과 캠프 관계자들이 종편 4개사 기자들을 회의 자리에서 잠시 빠지게 한 뒤 자체 회의를 진행했고, 거기서 내놓은 결론은 이랬습니다.

첫째, TV 토론 첫번째 방송은 맨 먼저 제안하고 이미 조율과정을 거친 JTBC가 주관하되 JTBC에는 공동중계를 원하는 타 종편에 중계망을 열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둘째, 이번 TV 토론을 첫번째로 방송하는 종편사는 다음 공동중계 기회가 올 경우 첫번째 중계 권한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다.

이 합의사항을 놓고 4개 종편사 기자들은 당일 오후 5시 두번째 회의를 갖기로 했습니다. 당시 JTBC는 위 합의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로 정리했습니다. '첫 중계' 권한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공동 중계'를 원하는 타 방송사에게 '중계망을 열어주는 조건'으로 양보를 한 셈입니다. 그런 만큼 다른 종편사들만 받아들인다면 문제될 건 없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다른 방송사들은 이런 절충안마저도 다시 거부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4일 늦은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룰 미팅 약속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더군요. 5일(토) 오후 4시로 잡힌 JTBC 주관 토론회 룰 미팅 시작 15분 전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TV 토론회 건으로 캠프 관계자들을 소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전해오는 얘기인즉슨, 이번에는 KBS와 MBC까지 합세해 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룰 미팅을 위해 JTBC를 찾은 세 후보 캠프 대리인들이 '중앙당의 논의와는 관계 없이 룰 미팅을 하자'는 의견과 '중앙당의 결정부터 기다리자'는 의견으로 갈린 끝에, 또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한 시간여 뒤 전해온 소식은, 'JTBC의 8일 토론회 중계'는 그대로 가되 그보다 하루 앞선 7일 오후에 TV조선, 채널A, MBN, 그리고 KBS, MBC까지 포함한 5개 방송사 공동 중계 토론회를 하라는 '지시'가 당에서 내려졌다는 겁니다. 첫 토론회를 JTBC에서 진행하기로 한 합의는 이렇게 나흘만에 일방적으로 깨졌고, JTBC의 선택만 남게 됐습니다. JTBC의 입장은 '이런 상황에서 굳이 8일 토론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야 모든 후보가 참석하는 토론회도 아니고, 여당 내에서만 치러지는 예비후보 경선 토론을 모든 채널이 다 나서서 이틀 동안이나 방송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들려온 소식은, 5일 밤 5개 방송사가 모여 7일 토론회 진행상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던 중 주관사 선정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결국 '7일 5개사 공동 중계 토론회'마저 무산됐다는 것이었습니다. 5개 방송사들이 정녕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서울시당과 후보 캠프의 자율적 합의사항을 깨뜨린 새누리당 중앙당의 개입은 과연 타당한 것이었을까요?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후보들의 자격과 정책을 생생히 검증해볼 수 있는 서울시민들의 권리가 잇따른 토론회 취소와 함께 기약 없이 유보됐다는 것이지요. 이 점에 있어서는 당이나 방송사 모두 핑계 댈 말은 없어 보입니다. 향후 어떤 식으로 어느 방송에서 토론이 이뤄지든 저희로서는 당초의 목표였던 '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랄 뿐입니다. 8일의 토론회를 기다리셨던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형구 기자
사진=중앙포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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