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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인도 진실게임 풀리나?…'위작 가능성' 새 정황 나와

입력 2015-11-09 22:16 수정 2015-11-0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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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부에서 잠깐 전해드린 것처럼 오늘(9일) 탐사플러스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싼 위작 논란을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미인도. 천경자 화백은 그 자신부터가 이런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고 했고,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로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의 절필은 우리 미술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지요. 과연 이 미인도는 실제로 천 화백이 그린 그림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이냐. 쉽게 단언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희 취재팀은 미인도가 위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국립현대미술관, 바로 이 그림이 지금 있는 곳이죠, 국립현대미술관 직원이 당시에 천경자 화백 측에 전달한 자필 메모인데, 저희 탐사플러스 취재팀이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정제윤 기자입니다.

[기자]

20년 넘게 논란이 되고 있는 '미인도'입니다.

천경자 화백은 눈빛의 광채, 어깨 부분의 음영, 어색한 배경처리 등을 이유로 본인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그림을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한 권춘식 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1978년경 천 화백 작품 모음 달력에서 최소 3점 이상의 작품을 참고해 그렸다고 말했습니다.

[권춘식/'미인도' 위작 주장 : 화랑하고 있는 사람이 선물용이 필요하다면서 자료하고 화판이랑 가지고 온 거 같아요. 캘린더(달력) 보고 이것저것 응용해서 그렸어요. 볼 터치나 이런 음영 부분이 딱딱하죠. 날카롭고, 자연스럽지가 않고.]

1974년 작품인 '고'에서 나비를 땄고, 화관은 같은 해 그려진 ''바리의 처녀'에서 보고 그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얼굴 등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른 작품을 참고한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소장품이었던'미인도'는 1980년 그의 재산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국가로 환수돼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관됐습니다.

1991년 우연히 미인도를 봤다는 천 화백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위작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천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 측에 요청해 '미인도'를 가져가 감정한 후 위작이라고 결론 냈습니다.

화가 본인이 위작이라고 밝혔지만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진품'으로 의견을 내놨습니다.

[김창실/당시 한국화랑협회 회장 (91년 발표) : 느낌으로 봐서 선생님의 것이 진품임에 틀림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싸인(서명). 이걸 봤을 때 선생님의 작품으로 본다.]

당시 진품이라고 판단한 근거에는 '미인도' 작품 액자에 쓰여진 번호도 제시됐습니다.

천 화백이 단골로 액자를 맡기던 표구사 동산방이 천 화백의 그림에 붙여놓은 번호라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번호는 천 화백 작품의 고유 번호가 아닌 단순히 표구사에서 작업의 편의를 위해 붙인 번호였습니다.

[박주환/당시 동산방 표구사 대표(91년 발표) : 액자를 만들 적에 직원들이 자기네 표시를 해서 여러개 잘라서 나중에 맞춰야 되니까. 그거에 필요로 해 나온 넘버(번호)지. 일련넘버(번호)는 아닙니다. 그건 (진품인지 가품인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또 미술관 관계자들이 91년 당시부터 이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취재진은 국립현대미술관 직원이 천 화백에게 보낸 메모를 입수했습니다.

이 메모에는 "이 위작 작품을 저희가 갖게 된 것은 80년도"였고, "그 과정에서 평론가, 전문가 등의 심의과정이 없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현대미술관 직원은 위작이라는 표현을 썼고 감정이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쓴 겁니다.

또 "장부에 등록돼 취소하는 게 까다롭고, 정부재산이어서 폐기 역시 까다롭다"며 작품을 빨리 돌려줄 것을 권유합니다.

특히 91년 검증단은 만장일치로 진품이라고 감정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사실과는 달랐습니다.

사건 당시 초기에 감정 위원에 참여했던 공창호 씨는 자신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창호 소장/대동문화재연구소 : (작품에) 힘이 없고, 안료가 전혀 천 선생이 쓰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재질도 그렇고, 이건 볼 필요도 없구나.]

위작이라고 밝히자 최종 감정위원 명단에서 빠졌다는 겁니다.

[공창호 소장/대동문화재연구소 : (위작이랬더니) 다시 자세히 보래요. 자세히 봐도 마찬가지라고 했더니 그냥 뺐더라고 내 이름을. 왜 뺐겠어요? 걸리적거리니까.]

하지만 다른 감정위원들은 공 씨가 감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족 측은 당시 감정 자체도 비과학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입니다.

[문범강/천경자 화백 유족 : '미인도' 단층분석에서 나온 재료가 선생님이 사용하는 물감하고 일치한다고 해서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상당히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실제 천 화백이 사용하던 물감은 위작범이라고 주장하는 권씨도 사용했던 것으로 밝혔습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필적감정과 안료검사를 진행했지만 진위 판정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족들은 공정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범강/천경자 화백 유족 : 좀 더 학자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하실 수 있는 분이 그걸 좀 분석하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해냈으면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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