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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의 '세모 왕국', 비정상적 대출로 세웠다

입력 2014-05-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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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의 '세모 왕국', 비정상적 대출로 세웠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 일가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이들이 축적한 재산의 배경에는 막대한 금융권 대출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청해진해운 관계사 50여 곳 가운데 30여개사가 금융권에 2500억원의 자금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유병언 전 회장이 이끄는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교회의 대출까지 합하면 3000억원 규모다.

이 같은 막대한 금융권 차입을 둘러싸고 금융감독 당국은 부당대출 여부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들어갔다.

◇저금리 '정책자금' 받아 연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계열사들은 일부 은행으로부터 1~2%대의 파격적인 저금리 대출을 받았다.

이 같은 저금리 자금의 명목은 대부분 '에너지합리화 자금'과 같이 정부가 중소·중견을 지원하기 위해 풀었던 정책자금이다.

유 전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아해'는 국민은행으로부터 시설자금 명목으로 1.50%의 저금리대출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9년 아해에 1.75%의 금리로 3억7500만원(만기 2016년 6월)을 빌려줬으며, 2010년부터는 금리를 1.50%로 낮췄다. 아해는 2012년부터 이중 일부를 갚아 현재 대출 잔액은 1억9000만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은행이 온지구에 제공한 1.5%대의 자금과 산업은행이 아해에 제공한 2%대 대출은 모두 에너지합리화 사업 관련 대출로 확인됐다.

산업은행도 지난 2011년 아해에 2%의 금리로 2억4500만원(만기 2019년 9월)을 빌려줬다. 지난해 말 현재까지도 산업은행 자금을 계속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온지구 역시 지난해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1.5%의 금리로 1억9400만원을 빌렸다.

◇금융권 전반 부실대출 의혹

문제는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들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계열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5588억1090만원이었으며, 이중 3294억원이 부채였다.

부채 중 2153억원이 금융권의 장·단기 차입금, 외화대출 등이었고, 이에 따른 이자비용만 연간 117억원에 달했다.

특히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대주주인 트라이곤코리아는 부채가 313억원으로 자산총액 234억을 훌쩍 넘어 자본잠식 상태다. LIG손보와 4개 신협 등이 트라이곤코리아에 대출을 해줬다.

부채비율이 630%로 부실기업인 온지구의 경우 역시 경남은행과 대구은행, 현대커머셜 등으로부터 85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한 값이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위험 신호로 간주한다.

부채비율 500%대의 노른자쇼핑은 농협·대구은행 등에서 7억원을 빌렸고, 부채비율 400%대의 청해진해운 역시 산업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서 25억원을 대출받았다.

청해진해운의 경우 지난해 7억8540만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노른자쇼핑의 경우 4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자비용 등으로 1억4100만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남겨도 대출 이자를 갚고 나면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전형적인 한계기업의 모습이다.

부채비율 230%의 국제영상은 우리은행·더케이저축은행 등에서 12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 일가가 직접적으로 지배하며 전 계열사의 고리역할을 하는 회사들의 경우 비교적 낮은 부채비율을 보였지만, 이자비용이나 지분법손실 등을 이유로 순손실을 기록해 대출의 적정성 여부를 의심받고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부채비율은 22%로 매우 낮았지만, 지난해 지분법손실 등의 이유로 40억5682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세모 역시 부채비율은 111%로 낮은 편이었지만 이자비용 등으로 14억3671만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문진미디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진미디어의 부채비율은 84%로 비교적 낮았지만 지난해 지분법손실 등을 이유로 9억원대의 순손실을 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은행권의 대출의사결정 과정에서 담보와 함께 영업이익 등 미래상환능력(사업성)을 본다"며 "유병언 일가 계열사 중 상당수가 영업이익이 이자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인데도 계속 대출이 이뤄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감독원, 대대적인 검사 돌입

금융당국은 유 전 세모 회장 일가 계열사에 2000억원대의 대출을 제공한 금융사 20여 곳에 대한 긴급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이 중에서도 대출 규모가 큰 산업·경남·기업·우리은행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이들 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서는 지난 1일 경기도 일대 담보 2곳을 시작으로 담보물 현장 검사도 이뤄졌다. 금융당국이 현장을 직접 찾아 대출 당시 담보로 설정한 토지, 건물 등의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는 금감원의 중수부로 불리는 기획검사국이 전담한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탄생한 기획검사국이 첫 업무로 유병언 일가 계열사에 대한 대출건을 맡은 것은 금감원이 이번 사안을 그만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은행에 이어 신협 단위 농협 등 전 상호금융회사로 부실 대출 점검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구원파'와 관련된 종교단체 신협에 대해 특별검사를 집중하고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신협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할 전망이다.

또 금감원은 관련 계열사가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을 받아 유 전 회장 측에 넘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대출금의 실제 사용처와 용도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부실대출 없다지만 '촉각'

유 전 세모 회장과 관련된 계열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정상적인 대출이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미 내부적으로 대출 심사 과정 등을 면밀히 들여다 본 결과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거나 비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는 대출이었으면 앞선 수차례의 검사에서도 발견됐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금감원 기획검사국이 최근 조직개편에서 야심차게 신설된 만큼 아무 성과 없이 조사를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전례 없는 대형 사고로 국민들의 공분이 큰 데다 세모 그룹의 부도덕한 경영 실태가 속속들이 나타나며 재산 축적 과정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를 향한 비판적 목소리가 큰 사회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뭐 하나는 가져가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검사를 나왔다면 이전 감사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도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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