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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이름만…'김수한무'도 울고 갈 '참수리차'

입력 2017-06-06 21:50 수정 2017-06-0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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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1970년대 구봉서, 배삼룡 명콤비가 낳은 희대의 유행어 '김수한무'

귀하게 얻은 5대 독자의 장수를 기원하며 좋은 건 다 넣다 보니 무려 72자가 됐다는 이름.

'김수한무'로 시작해 숨 쉴 틈 없이 휘몰아치다 비로소 '바둑이는 돌돌이'로 마무리되는 그 이름은 마치 후크송처럼 한동안 사람들 머릿속을 맴돌았지요.

수명이 무한하다는 뜻의 수한무, 무려 18만 년을 살았다는 삼천갑자 동방삭에 장수의 대명사인 십장생 중 거북이와 두루미까지 꼬깃꼬깃 집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5대 독자 수한무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데 그 72자 이름을 다 부르느라, 결국 구조하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좋은 이름만 갖다 붙이면 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정은 허울만 바꿔 본질을 가리려 하는 비뚤어진 세태를 풍자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참수리차'

경찰은 사람을 직사로 정조준해 목숨까지 잃게했던 살수차의 이름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살수차라는 말이 어감이 좋지 않으니까 진실하다는 우리말 '참'에다 '물 수', '이로울 리'를 써서 참되게 물을 이용한다는 뜻을 담았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지요.

그러나 살수차는 참수리차로 이름만 바꿔 달았을 뿐 경찰은 여전히 사람을 향해 물대포를 정면 조준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대신 이롭게 사용하겠다는 단서를 달아서 말이지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사람에게 직접 쏘아대는 물줄기가 누구에게 어떻게 이롭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치 이 이름을 달면 장수할 수 있다는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과거 정보기관은 고비 때마다 중앙정보부에서 안기부로, 또 안기부에서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꿔가면서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름만 바꾸면 정말 장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가….
이름만 바꾸면 정말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살수차의 이름도 72자로 늘려서 부르는 데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와중에 한 번쯤은 신중해지지 않을까….

오늘(6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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