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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하늘에 뿌려진 돈' 그리고 '사라진 돈'

입력 2017-05-2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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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3년 전 대구 하늘에는 난데없는 돈다발이 뿌려졌습니다.

알고 보니 그 돈 800만 원은 고물을 수집하던 할아버지가 한푼 두푼 모아 손자에게 물려준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손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사정을 들은 사람들은 경찰서를 찾아가서 하늘에서 떨어진 3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되돌려주었고 한 시민은 편지와 함께 나머지 돈 500만 원을 선뜻 마련해서 내놓았습니다.

이듬해 여름 광주에서는 술 취한 사람이 돈을 길에 뿌린 채 쓰러져 있었지만 그는 단 한 장의 지폐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행여나 그가 돈을 잃어버릴까, 한참 동안 자리를 지켜주던 시민들.

하늘에 뿌려진 돈은 내 돈일 수도 있으되 그것은 결코 내 돈이 아님을, 모두는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35억 원. 특수활동비라 이름 붙여진 그 돈이 하늘로 사라졌습니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이후 올해 들어서만 70일. 하루 꼴로 따지면 5000만 원에 달한다는데 대통령도, 총리도, 참모들도 돈을 받아갔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청와대 직원 수당으로 나눠줬다는 누군가의 주장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20억 원을 훨씬 넘어서는 돈의 용처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말 그대로 '특수'한 '활동'을 위한 것이어서 어디에다 썼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던… 그래서 누군가는 생활비로 썼다고까지 알려져 구설에 올랐던 그 특수한 돈.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우리가 거두어 준 우리의 돈….

대구의 시민들처럼, 광주의 시민들처럼…나의 돈과 타인의 돈을 구분할 줄 알았고 함부로 욕심내지 않았던 사람들이 신성하게 노동해서 마련해 준 돈이었습니다.

하늘에 뿌려졌으나 시민에 의해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 돈. 반대로 시민들의 피땀으로 마련해 주었으나 하늘에 뿌려진 것 마냥 어디론가 증발되어버린 돈.

끝까지 용처를 숨겨 두기에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세상이 너무 밝습니다.

오늘(29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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