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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입력 2017-05-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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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

작년 1월, 13개 시민·소비자단체는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매매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깨알 같은 글씨로 항의서한을 보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경품행사를 가장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홈플러스에 무죄 판결을 내렸지요.

홈플러스가 당시에 소비자들에게 냈던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한 고지문은 한 글자당 크기가 불과 1㎜로, 말 그대로 깨알처럼 빽빽한 글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고지문이 못 읽을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런 고지문이 아니더라도 흔하게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가입할 때 뜨는 각종 동의창도 그 깨알 같음에 지레 포기하고 그냥 체크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터…그래서 떠오르는 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국민 여러분, 이 광고를 1년 동안 보관해주세요."

지난해 총선 당시에 '5대 개혁과제를 이행하지 못하면 1년 치 세비를 국가에 반납하겠다'고 공언한 옛 새누리당 광고가 그 1년이 다 돼가면서 다시 회자되더니 결국 오늘(31일) 그 약속시한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름이 바뀐 한국당과 그 이전에 이미 바른정당으로 갈라선 그 의원은 "법안을 발의했으니 이행한 것과 같다"고 강변하는 쪽과 "포퓰리즘 공약을 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는 쪽으로 역시 갈렸습니다.

물론 공통점도 있었는데 어느 쪽이든 세비를 반납한다는 쪽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공약을 이행했다고 주장하는 쪽은 '발의'도 '이행'이라는 것이지요. 뭐 아시는 것처럼,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는 그들의 기본적인 임무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실제로 이행됐느냐겠지요.

그래서 1년 전의 광고를 다시 보면서 또 떠오르는 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입니다.

앞서 홈플러스의 1㎜ 깨알고지 논란은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정리됐습니다. 글자크기 1㎜는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정한 수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냈던 그 광고는 저처럼 노안이 온 사람들도 안경 없이 거뜬히 읽을 수 있는 한 글자당 약 5㎜, 다섯 배 크기의 글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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