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

입력 2017-05-30 22:0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이순덕 할머니…흔히들 이야기하는 이산가족이었습니다.

전쟁 통에 여동생 둘을 고향 황해도에 두고 온 그는 평생 가족을 그리워했습니다. 동생들과 재회할 날을 꿈꾸면서 삯바느질과 담배 장사 등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지요.

그렇게 모은 전 재산이 7억 원. 직무정지된 대통령의 사라진 특수활동비 35억 원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돈….

그러나 대체 어디로 날아간 것인지 모를 그 돈에 비하면 쓰임에 있어서는 비교가 될 수 없었던 소중한 돈이 되었습니다.

그는 그 돈을 자신의 담배 가게 옆 대학교에 기부했고 마치 그 옛날 할머니의 동생 같았을 젊은이들은 해마다 4명씩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엊그제(28일) 그가 세상을 떠난 자리에는 비록 피를 나눈 가족은 없었지만 피보다 진한 물, 그러니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았을 학생들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이들도 어찌 보면 이산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딸과 손자의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뚝뚝 흘렸다던, 여기는 민주주의가 아니고 어린 손자까지 멸망시키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국정농단의 공범. 그의 가족 사랑 역시 유별났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다던 딸을 수단을 가리지 않고 말에 태웠고 차곡차곡 계단을 밟고 올라가려 했던 다른 젊은이들의 꿈을 무너뜨렸습니다.

남들의 기회를 누르고 뛰어넘어 움켜쥐려 했던 행복. 그 딸은 몇 달간의 도피생활 끝에 이제 내일이면 돌아옵니다.

그 몇 달도 이산이라면…짧았던 이산가족 시절은 곧 마무리되겠지만, 그들에게 만남은 기쁨이 아니라 두려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해후는 길고도 지난했던 겨울을 관통해낸 우리에게 또 어떤 그늘진 기억을 되살려 낼 터…한 가족의 해후를 사람들이 반겨 기다리지 못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담배 가게 할머니와 비선 실세 여인. 너무나도 달랐던 그들의 삶 만큼이나 너무나도 달랐던 가족 사랑….

그래서 다시 인용하게 되는 역설…'피보다 진한 물도 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앵커브리핑] '하늘에 뿌려진 돈' 그리고 '사라진 돈' [앵커브리핑] 우연인지 의도적인지…'코드명 체로키' [앵커브리핑]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앵커브리핑]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앵커브리핑]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가에 따라…'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