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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우리가 남이가"…질기게 살아남은 그 말

입력 2017-06-05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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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남이가…"

탄핵된 대통령의 왕실장이 한창 시절 던졌다던, 너무나도 유명해진 말입니다.

그 말이 나왔던 복국집은 여전히 성업 중이지만 그는 영어의 몸이 되었으니 이것도 역사의 필연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말은 대표적인 정치 선동구호로 악용돼서 우리 역사에 수많은 오점들을 남겼습니다.

사실, 우리가 남이가…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비슷한 말씨를 쓰는 동향 사람이나 학교 선후배가 더 살갑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죠.

그래서였을 겁니다. 고려와 조선은 '상피제' 라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서로 피한다'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 등에 따르면 의금부나 사헌부와 같이 이른바 권력기관일 경우 친인척이 관련되어 있으면 재판을 맡지 못하게 했고, 심지어 친척이 재판부에 있을 경우에는 소송을 멈추고 그가 다른 자리로 이동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으니…

"상피제 때문에 옥송이 지연된다"…성군 세종도 푸념했을 정도로 제도는 철저하게 지켜졌던 모양입니다.

가재가 게 편을 들지 않도록, 초록은 동색으로 물들지 않도록….

그러나 역사는 필연으로 나타나기 이전에 늘 거꾸로도 가는 모양입니다.

이미 논란의 그 사진 한 장으로 망신을 자초했던 검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를 수사했던 이들 사이에서 벌어졌다는 '돈봉투 만찬'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조사 겸 식사' 혹은 '식사 겸 조사'…웃지 못할 변명으로 일관했던 그들만의 셀프감찰에 이어서 결국 고발된 검찰의 간부는 이 사건의 수사를 자신의 휘하 조직에 맡기는 셀프배당으로 그 '셀프 시리즈'는 정점을 찍었지요.

"우리가 남이가"… 25년 전 전직 엘리트 검사가 남겼다는 그 말은 아직도 검찰 사회에서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다는 것.

하필 돈봉투 만찬이 벌어진 그 식당 역시 '복국'을 파는 식당이었다 하니, 이 또한 역사의 우연인지 필연인지가 헷갈릴 즈음에 기록에 남아 있는 그다음의 말을 보니 왜 이리도 그 말이 질기게 살아남았는지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면…영도다리 빠져 죽자"

오늘(5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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