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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34억 뒷돈…한전 입찰비리 6명 덜미

입력 2015-02-16 16:37

공사 입찰정보 제공 특정 업체 불법낙찰
관리업체 전·현직 직원 4명 134억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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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입찰정보 제공 특정 업체 불법낙찰
관리업체 전·현직 직원 4명 134억 챙겨

10년간 134억 뒷돈…한전 입찰비리 6명 덜미


10년간 134억 뒷돈…한전 입찰비리 6명 덜미


한전KDN 전산관리업체(위탁 계약) 전·현직 직원들이 특정 업체가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한국전력(KEPCO) 전자입찰시스템을 조작해 검찰에 적발됐다.

한전KDN에 파견돼 서버 유지·보수업무를 담당해 온 이들은 자신들을 통해 불법 낙찰을 받은 공사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안전과 밀접한 기간산업에서의 이 같은 비리 구조가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감독기관인 한전은 관련 사실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리에 맹점을 드러냈다.

◇ 파견업체 직원 등 6명 구속기소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종범)는 16일 청사 5층 회의실에서 '한전 전산조작 입찰비리'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한전 전자입찰시스템 서버에 접속, 공사 낙찰가를 알아내거나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공사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한 뒤 해당 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겨 온 혐의(배임수재)로 박모(40)씨 등 관리업체 전·현직 직원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공사업자들을 모집, 이들에게 연결해 준 전기공사업자 주모(40)씨 등 2명을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씨 등 4명은 2005년 9월께부터 지난해 11월께까지 한전KDN 전산입찰시스템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법 낙찰을 주도, 지난 10년 간 공사업자들로부터 134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주씨 등은 같은 기간 불법 낙찰에 참여할 공사업체를 모집하는가 하면 낙찰 대가로 받은 금품을 박씨 등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10여년 전 취업 준비 과정에서 만나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던 박씨와 주씨가 해당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KDN은 발전에서부터 송·변전, 배전,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력계통 전 과정에 있어 첨단 전력IT 기술을 적용해 전력 계통 감시 및 제어, 전력사업 정보관리 등의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다.

◇ 83개 공사업체 133건 불법낙찰

검찰 조사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불법 낙찰공사는 전국에 걸쳐 83개 전기공사업체 총 133건(계약금액 기준 2709억원 상당), 입찰 경쟁률은 최고 5736대1, 개별 계약금액은 최고 77억원에 달했다.

박씨 등은 외부에서도 한전 입찰시스템 서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업체들의 투찰정보를 분석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작해 왔다.

이들은 한전KDN과 계약이 만료돼 더이상 근무할 수 없게 될 경우 후임자를 물색, 수법을 전수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이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직접 전기공사업체를 인수, 스스로 불법 낙찰을 받기도 했다.

◇ 공사대금 1∼10% 지급

전기공사의 경우 그 규모가 크고 마진율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단가공사(한 공구에서 발생하는 전기공사를 포괄적으로 계약)를 낙찰받는 경우 2년 간 안정적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 전기공사업자들은 사활을 걸고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전기공사 업자들은 낙찰만 받을 수 있다면 거액의 대가지급도 마다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범행에 연루된 전기공사업자들은 박씨 등을 통해 불법 낙찰을 받을 경우, 공사대금의 1∼10% 상당을 이들에게 건네 온 것으로 파악됐다.

◇ 오만원권 4억·돈다발 띠지 압수

박씨 등은 이 같은 범행을 통해 막대한 범죄수익을 챙겨왔다.

공범 정모(35·프로그램팀)씨의 집 대형금고에서는 수십개의 오만원권(4억1000여만원) 다발이, 이모(39)씨의 개별 사무실에서는 별도로 보관 된 상당량의 현금다발 띠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또 범죄수익을 이용한 고급 아파트, 외제차, 35세대 이상의 오피스텔 등을 이들이 소유하고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증거자료 분석 등 추가 수사에 나서는 한편 이들의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보전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전 측이 박씨 등의 범행사실을 알고 있었는 지 등 관련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입찰비리의 실체를 파악하고 전모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 시스템 관리자들의 로그 기록에 대한 주기적 점검,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로 시스템을 변경하는 등 입찰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지난 1월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제3자 뇌물취득 등의 혐의로 한전 직원 7명과 공사업자 6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중 9명(한전 직원 5명, 공사업자 4명)을 구속기소했으며,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께까지 한국전력 전남 나주지사 사무실이나 건물 복도 등지에서 총 금액 3억원 상당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친' 한전 "송구하다"

한전은 이날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밝혔다.

개인들의 범죄 행위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관리를 추진해야 하는 한전과 한전KDN은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전은 재위탁업체 작업자의 시스템 접근을 차단하는 등 현행 전산입찰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보겠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한전KDN의 현행 전산시스템 위탁 제도 전면 재검토, 한전KDN 일부 수의계약 업무의 경쟁입찰 전환, 실시간 감시체계 구축, 전사 시스템에 대한 비인가자 접근 봉쇄를 위한 보안통제 강화 등의 개선책도 제시했다.

또 수사결과에 따라 한전KDN과 KDN 재위탁업체 등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의 핵심시설인 전력계통 관련 제어망은 독립된 별도의 폐쇄망으로 돼 있어 접근이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부 전문기관에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일제진단을 시행하는 등 추가적인 보안 강화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 부정행위 낙찰자는 전부 계약해지하고 새로운 입찰을 시행해 선의의 피해업체를 구제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 제도를 운영할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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