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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한전 노조 수상한 '정치 사업'…내부 문건 보니

입력 2014-12-29 21:46 수정 2014-12-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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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9일) 탐사플러스에서 다룰 내용은 우리나라 핵심 권력 기관인 검찰과 국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검찰은 한국전력 노조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전달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요. 그 대상만 국회의원 100여 명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파악한 불법 후원금 규모는 15억 원에 달합니다. JTBC는 한전 노조의 불법 후원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입수해 파장이 예상되는데요.

먼저, 서복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국전력 노조가 사용하는 비공개 홈페이지입니다.

'정치 사업실'이라는 게시판이 보입니다.

국회의원 현황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명단이 올라와 있습니다.

노조 내부 문건에선 '정치 사업'과 '정치 후원'이라는 문구가 곳곳에 보입니다.

[한전 노조 전 정치사업실 관계자 : 정치 활동, 그러니까 의원들에게 어떤 것에 대해 주장을 하고요. 공기업이다 보니 전력산업 또는 산업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정치권에서 나오나 관심을 갖지 않습니까? 그것에 대해 우리 입장을 이야기하고 그런 사항이 있었지요.]

취재진은 노조 '정치 사업실'이란 곳이 각 지부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입수했습니다.

한전을 관장하는 국회 지경위 소속 의원들을 후원해 달라고 적혔습니다.

아예 후원 계좌까지 첨부돼 있습니다. 노조가 특정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라고 독려하는 겁니다.

후원금은 월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마련됐습니다.

1인당 10만원 씩 후원금을 낸 뒤 소득공제 때 되돌려받는 겁니다.

현행법상 단체 차원에서 정치 기부금을 내는 것은 불법입니다.

이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1년 한전 노조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 기부할 땐 단체 명의로 못하기 때문에 노조원들 명의로 했을 것이고 조합이 나서서 모금을 한 혐의가 있어 수사 의뢰를 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월급에서 후원금을 공제해 달라는 한 노조 지부의 신청서입니다.

그런데 신청자들만 있을 뿐, 정작 누구에게 후원할 지 적는 칸은 비워져 있습니다.

노조 차원에서 후원할 정치인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한전 노조 전 정치사업실 관계자 : 어디 후원하겠단 기재 사항 있잖습니까? 그 부분을 지부 위원장에게 의뢰를 했더라고요. 그 부분을 (검찰 조사서) 지적 받았습니다.]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강제로 후원금을 내게 했다는 원성이 나왔습니다.

한 노조 지부장은 후원금 1천5백만 원을 낸 뒤 국회의원과 사진을 찍었다는 폭로도 나왔습니다.

[한국전력 노조원 : '너 때문에 우리 사업소가 내부평가 손해 본다. 내 얼굴 봐서 해달라' 윽박도 지르고 읍소와 회유도 하며 사람들한테 기부를 독려했습니다.]

선관위가 파악한 불법 후원금은 15억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실제 더 많은 후원금이 전달됐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지경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 각 노조 지부 지역구 의원까지 모두 100여 명에게 건네졌다는 겁니다.

[한국전력 노조원 : 정치 후원금으로 한 돈이 50억원 넘고요. 그다음에 회사 측에서 전력그룹 통합을 위해 별도 자금이 동원돼 50억원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 사용된 것으로 검찰이 알고 있었습니다.]

한전 노조가 이렇게 무리하게 정치 후원금을 보낸 이유는 뭘까?

한전 노조가 만든 2011년 대의원 회의 영상입니다. 한전 재통합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한전은 2001년 5개 발전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자회사로 분리했습니다.

한전 노조 측은 바로 이 자회사들을 다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당초 사측이 추진하던 재통합이 노조 차원으로 확대된 겁니다.

[김창섭 교수/전력산업구조 연구 참여 : 한전이 추구했던 통합은 '원 켑코'라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거였죠. (분리돼 있으면) 노조를 중심으로 한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잖아요. 민간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도 (한전 노조는) 동의하기 어렵고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공기업 민영화 움직임이 일자 한전 노조는 더욱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당시 내부 문건을 보면 한전 노조가 청와대 관계자와 국회의원들까지 집중적으로 접촉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후원금 규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후원금은 공기업 민영화를 다루는 공기업 대책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전력 노조원 : 지경위는 전기료 문제와 전력산업구조 개편이 걸려있고 공기업 대책 특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그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재통합 추진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민영화 바람에도 한전은 공기업으로 살아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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