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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피에타' 묻히면 외국 나가려 했다"

입력 2012-09-11 20:10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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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서 고백


김기덕 "'피에타' 묻히면 외국 나가려 했다"


김기덕 감독은 11일 "'피에타'도 역시 예전 영화들처럼 묻힐까봐 걱정이 됐다"며 "정말 여기서 관객들이 봐 주지 않는다면 오라는 나라는 많을 거니 거기 가서 해도 되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타고 돌아온 그는 이날 서울시내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을 받기 전과 받은 후에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또 상을 받고 '아리랑'을 부른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이 '아리랑'을 자기네 무형유산에 등재했는데 '아리랑'은 부르는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부르는 것이 내 아리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했다"며 "'아리랑'은 누가 어디에 등록을 하든 우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기덕 감독과의 주요 문답 내용.

--황금사자상을 받은 소감은

▲좋다. 내가 받은 상이기도 하지만 9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한국의 좋은 영화들이 꾸준히 국제무대에 소개되고 많은 성과가 있었고 많은 관객도 있고 결과적으로 그 모든 것이 누적돼서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줬지만 한국영화계에 준 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내가 이 상을 받은 것에 가장 깊은 축하를 해주는 분들은 소리 없이 나를 지지해준 내 영화의 관객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굉장히 뿌듯하고 행복하고 그렇다. 외국에 나가면 꼭 받는 질문이 있는데 어느 나라에 가든 '당신 나라인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고 유럽이나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인기가 있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프랑스나 미국 만큼 내 영화를 지지하고 아껴주는 팬들이 있다' 이렇게 얘길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베니스에 가기 전에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과정을 통해서 왔는지는 일기장을 돌아봐야 알겠고 '비몽' 이후에 다양한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대부분 관계에 대한 것이다. 관계에 대한 욕심, 미련이나 애정의 불씨들이 나에게 시험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약이었다. 베니스에서 '피에타'는 주인공이 세 명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돈도 주인공이 아니냐고 하더라. 피에타를 정확히 보셨구나 라고 생각했다. 돈 때문에 벌어지는 관계의 트러블, 파열과 균열에 대한 얘기다. 그동안 돈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돈의 가치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 돈은 잘 쓰면 약이지만 못쓰면 독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외신기자들은 영화가 대중적이란 얘기를 많이 하더라. 내가 좀 변했나보다 이런 생각이 든다. 다음 영화도 대중적이 되지 않을까 한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내가 감독을 하는 영화들뿐 아니라 제작하는 영화들이 '영화는 영화다' '풍산개'처럼 대중적인 것들이 있었고 '신의 선물'은 이미 촬영이 됐고 '붉은 가족'은 남북 이야기인데 10월에 촬영이 들어간다. 신인 감독이 맡았다.

--베니스영화제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수상 공약으로 '다음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의미는 수상하지 않으면 영화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것이었나. 그와 관련해 베니스 수상 전과 후에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

▲수상으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영화는 시장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지 않나.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타오면 극장 관계자와 극장을 가진 사람들이 그 문을 더 넓게 열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관객들도 메이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영화 역시 예전 영화들처럼 묻힐 테니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나에게 오란 나라는 많을 거니까 거기 가서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여기서 관객들이 봐 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피에타'의 마지막 장면이 강렬한데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는 장면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영화에는 닭이나 토끼 등 동물을 잔인하게 잡아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떤 의미인가

▲'피에타'의 캐릭터가 닭, 토끼, 물고기 같은 것을 도살해서 먹는 캐릭터다. 죽이고 싶은 심리가 몸 안에 가득찬 캐릭터의 이미지다. 그 장면들은 마음이 아프지만 '강도'의 결말을 미리 예고하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다음' 영화 사이트에서 '고양이'라는 분이 쓴 리뷰를 봤는데 정말 잘 썼더라. '피에타'를 내가 생각한 것과 가장 가깝게 해석한 것 같았다.

--상을 받고 아리랑을 부른 이유는

▲작년에 칸에서 '아리랑'으로 상을 받고 나서 해외 10여 개 영화제를 다녔는데 영화 상영 전이나 끝나고 나서 늘 아리랑을 불렀다. 중국이 자기네 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그랬지만, 나는 아리랑은 부르는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부르는 것이 내 아리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했다. 베니스에서 기자들이 물었는데 한국인의 아픔과 슬픔의, 가슴의 표현이라고 그랬다. 아리랑은 누가 어디에 등록을 하든 우리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와 어떤 관계인가

▲공수부대와 해병대의 관계다. 그분은 공수부대를 나오셨고 나는 해병대를 나왔는데 아시다시피 공수부대와 해병대는 굉장히 경쟁관계다. 하지만 그분하고 나는 절대 싸우고 싶지 않은 그런 관계고. 전에 삶에서 배움을 얻는 분으로 이창동 감독님과 손석희 교수님, 문재인 후보님을 거론했는데 이번에 수상 이후 장문의 편지를 주셨다. 그래서 진심으로 답장했고. 그런데 여기까지인 것 같다. 내가 그렇게 훌륭한 삶을 살지 않아서 내 건강하지 못한 삶 때문에 그분께 피해가 될 것 같아서 멀리서 마음으로 기도하겠다.

--'더 마스터'에 상을 몰아주기 위해 '피에타'에 황금사자상을 줬다는 미국 매체의 보도도 있었는데

▲시상식 끝나고 파티가 자유로운 자린데 가장 먼저 거론한 게 여우주연상이었다. 조민수 씨가 만장일치로 정해졌는데 황금사자상 때문에 주지 못했다고. 그리고 심사위원장인 마이클 만 감독이 와서 '피에타'에 각본상도 주고 싶었는데 황금사자상 때문에 못줬다고 했다. 시나리오가 완벽한데 거기에 뭔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몇몇 외신에서 말하는 것도 우리('피에타')도 부문상으로 3개가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래서 마지막 투표에 간 것 같다. '할리우드 리포터'가 자꾸 그런 얘기('더 마스터'에 상을 몰아주기 위해 '피에타'에 황금사자상을 줬다는 얘기)를 하는데 아카데미에서 또 만나면 되지않나(웃음).

--앞으로도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할 건가.

▲기자들과 잘 지낼거냐 이런 질문 아닌가. 잘 지내고 싶은데 인터뷰가 정말 제일 어렵다. 인터뷰 10개 하는 것보다 영화 한 편 만드는 게 더 쉽다. 이번에도 외신이랑 인터뷰할 때 돌처럼 굳었다.

--그동안 계속 영화에서 '구원'을 얘기했는데 그 배경은.

▲구원이란 게 종교에서 빌려온 말이긴 하지만 나는 삶에서 구원을 얘기하는 것이다. 죽어서 가는 것이나 꿈으로 꾸는 그런 게 아니라 현실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믿음이 확대되고 이렇게 열등감으로 자라는 패배자들이 적어야 되고 기득권도 부르주아로 오해받으면 안 되고 균형으로 이뤄지는 것 말이다. 이 세상이 거대한 틀과 틀이 만나는 것 같지만 실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간의 믿음이 구원이라고 생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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