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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수상 순간 청계천 15살 내 모습 생각나"

입력 2012-09-11 18:39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기념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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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기념 기자회견


김기덕 "수상 순간 청계천 15살 내 모습 생각나"

"상을 받는 순간 청계천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박스를 들고 다니던 열다섯 살의 내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타고 돌아온 김기덕 감독은 11일 서울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 순간 누구 얼굴이 생각났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번 작품 '피에타'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일했던 곳인 청계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청계천의 여러 공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웠다.

그는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최고상을 받은 영광스러운 순간에 자기 인생의 가장 서러웠던 순간을 떠올린 것이다.

그는 수상 전 현지 분위기에 대해 "집행위원장인 바르베라가 언론 시사회에서 10분간 기립박수가 나왔다고, 영화제 운영하며 이런 건 처음이라고 얘기해서 기분이 참 묘했다"면서 "본 상영할 때도 이탈리아 매체 '레푸블리카'가 '산사태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고 썼을 정도로 현장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제에서 5천 명 정도가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어딜 가나 '당신 영화가 황금사자다' 그런 얘기를 해줘서 기분이 붕 뜨고 한국 언론에도 그렇게 나와서 수상 하루 전날 힘들었다"며 "이렇게 올라갔다 추락하면 어떡하지, 떨어지면 정말 아플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교묘하게 기다렸더니 사실이 되고 현실이 되고 그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베니스 수상 효과로 "이 기회에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었으면 좋겟다"며 "지금 '피에타'를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 않는데 김기덕이 멀티플렉스의 폐혜를 얘기하면서 두 관씩 차지는 것은 말이 안 되고 한 관이라도 퐁당퐁당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도둑들 등 다른 영화들이 1천500개씩 잡고 있는데 우리 영화는 좌석점유율이 45-46%이고 다른 영화들은 15% 정도밖에 안 되는데 천만 기록을 내기 위해 안 빠져나가고 있더라. 그게 '도둑들'인 것 같더라"며 "이런 말을 하는 게 편하진 않다. 그런데 돈이 다가 아니지 않나. 무수한 편법과 독점과 무수한 마케팅과 불리한 게임에서는 내가 아무리 착해도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화제가 됐던 패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의상 때문에 말들이 많았더라. 윗옷이 150만 원이고 아래가 60만 원짜리다. '두드림' 녹화를 가는데 옷이 입을 만한 게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1시간 먼저 지하철을 타고 인사동에 가서 헤매다가 어느 옷가게가 보여 무작정 들어갔다. 속으로 '10만-20만 원 되겠지' 생각해 살 것처럼 당당하게 얘기했고 여자옷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뒤에 아주머니 한 분이 물으니 150만 원이라고 해서 '큰일 났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시간도 없고 앞으로 해외 영화제 1년간 입고 다닐 걸 생각해서 그냥 샀다. 이 신발도 작년에 칸영화제 끝나고 산 건데 1년째 하루도 안 신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에 어느 대기업 회장 집에 초대받아 갔던 얘길 꺼내며 "메이저 그룹 사모님들이 남편은 개같이 벌고 그 돈으로 기부를 하는데 그분들도 저녁 먹으러 갈 때 이보다 비싼 거 입고 가지 않겠나"라며 "저는 1년 동안 입고 다녀야 되는데 용서해 줘야 되지 않겠어요"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자본의 투자 제의가 있다면 받아들이겠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거부까지도 투자를 제의했는데 어느 돈이든 그 돈의 가치를 객관화할 수 없다면 (영화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제작비가 드는 영화라면 그만한 가치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언젠가 그런 책임이 들게 되면 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는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이고 작가가 보는 세계관이다. 다만 우리 영화가 대기업의 돈이 아니고 대기업의 극장이 아니니까 이런 영화들이 당당하게 경쟁했으면 하는 것"이라며 "'피에타'도 그런 (성공)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자회견을 끝으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제외하고는 언론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피에타'는 맛있게 먹은 음식이며 소화가 됐고 배설된 똥이라고 생각합니다. 똥이 거름이 돼서 또다른 걸 키우는 것처럼 '피에타'가 가는 길이 있을 거예요. 관객들이 극장이 없다면 요구하고 많이 보게 될 거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피에타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언론에 나가지 않고 시나리오를 쓸 겁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출연 당시 약속했기 때문에 나갈 거고요. 다음 영화를 하게 해주십시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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