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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황금사자상 수상 후에도 변함없는 국내 대우 화나"

입력 2012-09-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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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황금사자상 수상 후에도 변함없는 국내 대우 화나"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이 입국후 기자회견을 가지고 소감을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주연배우 조민수·이정진과 함께 참석해 "그동안 한국영화와 관객들이 보여준 놀라운 힘이 쌓여 이런 결과를 낳게 됐다. '피에타'의 황금사자상은 결국 한국영화 전체에 주는 상"이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기덕 감독은 연신 웃음을 지으면서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취재진의 질문 하나하나에 성의껏 답하려 노력했고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질문이 나오지 않아도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한편으로는 황금사자상 수상 후에도 '피에타'가 교차상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이번 수상결과에 가장 기뻐할 분들은 소리없이 나를 지지해준 관객들일 거다. 항상 외국에 나가면 '당신 영화는 외국에서만 인기있고 한국에서는 외면받는데 기분이 어떠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 때마다 '절대 아니다. 한국에도 프랑스나 미국 또 러시아만큼이나 나를 지지해주는 팬들이 있다'고 답한다. 이건 내 진심이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트로피를 받아든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다면.

"청계천에서 무거운 구리박스를 나르고 있는 15살의 내 모습이다."

-공식상영에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기립박수가 나와 현지관계자들이 흥분했다던데.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로카르노 영화제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들고 갔을 때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내 영화가 비공식 상만 받고 본상 수상에 실패하자 기자들이 영화제 측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피에타' 언론시사회에서 기립박수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기분이 묘했다."

-수상결과 발표전에는 기분이 어땠나.

"초조했다. '피에타'의 상영이 끝난후부터 길거리를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 배우들에게 몰려들었다. 다들 '피에타'를 황금사자상이라고 추켜세워줘 잔뜩 고무돼있었다. 그러다가 막상 폐막식이 다가오자 불안해졌다. 잔뜩 하늘 위로 떠올랐다가 그대로 추락하면 많이 아플 것 같았다."

-'피에타'의 국내개봉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여건이 바뀔줄 알았다. 그렇다고 그동안 거대배급사의 스크린 독점을 꾸짖어왔던 김기덕이 하나의 멀티플렉스에서 여러개 상영관을 가져가고 싶다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저 스크린이 하나라고 해도 좋은 시간대에 꾸준히 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차상영이 돼 좋은 시간대에 걸리지 못하면 스크린을 여러개 가져와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영횟수도 좀 늘여야한다. '도둑들'이 기록 경신을 위해 여전히 하루에 1000회를 상영하고 있는데 '피에타'는 400여회에 불과하다. 그게 말 그대로 '도둑' 아닌가. 정당하게 싸워서 지면 승복하겠는데 그렇지 못하니 화가 난다."

-이번 작품이 전작에 비해 대중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신기자들도 같은 말을 하더라. 막상 나는 그런 생각 없이 만들었는데 그런 말이 나오는 걸 보니 내가 좀 변한 것도 같다. 지금 쓰고 있는 작품 역시 대중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오락영화라는 말은 아니다. 의미있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완성시킬 예정이다."

-영화제에서 입은 옷이 고가라고 하던데.

"150만원짜리가 맞다. 바지만 60만원이다. KBS 2TV '두드림' 녹화를 하러 가기 전에 집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꾀죄죄한 옷 밖에 없더라. 안되겠다 싶어 녹화시간에 임박해 인사동에 나가 아무 옷집에나 들어갔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 골라 입었다. 기껏해야 20만원 정도 하겠지 싶었는데 150만원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 그냥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산 이 옷을 입고 1년간 해외 영화제를 다닐 예정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펑펑 써대는데 나는 이 옷을 입고 각국 영화제 초청에 임한다. 이 정도는 봐줘야하지 않겠나.(웃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는데.

"출국기자회견 때 내게 가르침을 준 분들로 이창동 감독님과 손석희 교수, 그리고 문재인 후보를 꼽았다. 거기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화답을 줬길래 나도 인터뷰를 하면서 거기에 대해 진심을 밝힌거다. 하지만, 선거캠프에는 참여할 수 없다. 건강하지 못한 내 삶 때문에 악영향을 줄 것 같다."

-향후 계획은.

"이것으로 '피에타'와 관련된 모든 언론홍보 활동을 접고 새 작품에 집중하려 한다. 손석희 교수의 프로그램엔 나가야한다. 상 받으면 나가겠다고 덜컥 약속을 해버려서 지켜야한다. 사실 인터뷰가 제일 어렵다. 언론종사자들을 존중하지만 이젠 내가 또 다른 영화를 만들수 있게 놔줬으면 좋겠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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