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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수원 습격한 떼까마귀에…주민들 '몸살'

입력 2017-01-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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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7일) 밀착카메라는 환영받지 못하는 겨울 철새들 얘기입니다. 배설물에 시달리고 정전까지 나는 통에 주민들이 괴로워하고 있는데요. 밀착카메라가 담아왔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도로는 하얗게 변했고, 수입차도 엉망이 됐습니다.

범인은 해가 저물고 어두워져서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수십 마리였다가 이내 수백 마리로 늘어나는 이 새들의 정체는 떼까마귀입니다.

시베리아나 몽골 북부에서 내려오는 겨울 철새로, 이름처럼 수백 마리씩 몰려다니는 게 특징입니다.

떼까마귀의 배설물은 이렇게 흰색과 갈색이 섞여서 손으로 아무리 긁어내도 지워지지 않는데요. 까마귀가 머문 곳 아래에는 흰색 페인트를 흩뿌려놓은 것처럼 똥 자국이 가득합니다. 그동안은 시와 구청에서 수시로 물청소를 했지만,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그마저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평소였다면 벌써 남쪽으로 떠났을 떼까마귀가 이곳에 한 달 넘게 머물면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집니다.

배설물을 피해 모자를 쓰거나 뛰어다니는 건 물론이고, 마른 하늘에 우산을 쓴 사람도 있습니다.

[김혜정/경기 수원시 인계동 : 너무 많이 싸서 모자 썼어요. 바닥에 똥이 너무 많이 묻어서 걸어 다닐 때 찜찜해요.]

주변 세차장에는 까다로운 일감이 부쩍 늘었습니다.

[세차장 직원 : 올해 처음이에요. (배설물로) 도배되고 손잡이 부분도 묻어서 문 열고 타기가 그럴 정도로…]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 뒤로 수십 수백 마리의 떼까마귀들이 전깃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요. 저렇게 한꺼번에 날아갈 경우 전선이 위 아래로 흔들리면서 합선이 일어나 정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입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수원과 용인, 평택을 중심으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전 신고가 접수됐는데, 출동한 한전 직원들은 까마귀를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까마귀들이 합선을 일으키면서 정전이 두 차례 발생해 1000여 가구에 전기가 끊기고 식당 손님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호프집 주인 : 갑자기 불이 나가서 깜짝 놀랐어요. 주위를 살펴보니까 다 불이 꺼져있더라고.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무섭잖아요. 섬뜩했지 좀.]

신기한 것도 잠시, 주민들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정석영/영상 제보자 : (까마귀들이) 이동을 하는 거야, 따뜻한 쪽으로…이런 생각을 했는데, 또 혹시 자연재해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갑자기 출몰한 떼까마귀와 조류독감, 지진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다만 배설물과 털 등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물질이 사람 몸에 들어갈 경우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떼까마귀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남쪽으로 떠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까마귀들도 요지부동인데요. 그러는 사이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주민들의 마음은 답답해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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