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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마을 공동체가 무너진다…시골학교 통폐합

입력 2017-01-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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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닐 학생들이 없어서 문을 닫는 학교, 어제 오늘 일이 아니요.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그 마을도 텅 비게 된다는 점입니다. 오늘(15일) 밀착카메라는 마을 공동체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학교 통폐합의 그림자를 들여다 봤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습니다.

강당을 가득 메운 뜨거운 축제 열기는 아이돌 콘서트장 못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도 앞으론 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올해로 개교 34주년을 맞는 간동고등학교는 중학교와 함께 같은 건물을 쓰고 있습니다.

통폐합 소식이 전해진건 지난해 여름부터였는데요. 보시다시피 3학년 전체 책상이 14개로 전교생이 43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신입생 수도 부쩍 줄었습니다.

[최명걸/화천 간동고 교장 : 14명이 현재 미달입니다. (총 몇 명 받아야 하는 거죠?) 24명을 받아야 되는데 현재 10명이 입학을 했어요.]

1학년 승현군도 벌써부터 여러가지 걱정이 앞섭니다.

[이승현/화천 간동고 1학년 : 여기 오는 차가 많지 않고, 버스비도 두 배 이상 비싸요. 할머니도 연세가 많고 혼자 계시니까 걱정되죠.]

하루 5번만 다니는 버스를 타고 화천고까지 가야합니다.

이곳은 간동면 버스정류장입니다. 이곳에서 화천고등학교까지 등교를 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버스를 타고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버스는 구불구불 굽이진 산길을 돌아 시내에 들어섭니다.

등굣길 주변엔 PC방과 숙박업소, 술집 등 간동면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이 펼쳐집니다.

화천고등학교 앞에 도착했습니다. 30분동안 버스를 타고 20분 넘게 걸어왔는데요. 왕복 통학거리를 따지면 2시간 가까이 되는 겁니다.

현재 강원도 전체 666곳 중 통폐합 대상이 된 학교는 절반에 가까운 311곳입니다.

폐교를 막기위해 나선 건 재학생과 주변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인접 지역 17개교 학생 3100여명과 함께 통폐합 반대 서명을 교육청에 냈습니다.

[강태욱/화천 간동고 3학년 : 학교가 마을에서 그냥 학교 역할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마을 중심부인 학교를 통폐합시키면 결국 지역을 황폐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강원도 삼척시 노곡분교는 지난해 마지막 학생이 졸업하면서 86년만에 폐교 됐습니다.

지난해 3월 문을 닫은 삼척 노곡분교입니다. 수돗물은 이미 끊긴지 오래 됐고요. 출입구 위를 비추던 전등도 이미 전기가 나갔습니다. 굳게 닫힌 철문 위로는 거미줄이 이렇게 길게 늘어져있고요. 바닥을 보시면 학생들이 음악시간에 쓰던 교구가 그대로 나뒹굴고 있습니다.

건물 안 쪽을 보시면 학생들이 공부하던 교실은 덩그러니 비어있습니다.

문 닫은 학교보다 더 빠르게 변한건 마을이었습니다.

[정정수/삼척 노곡분교 마지막 졸업생 : 제가 마지막 졸업생이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이사 나가고 할아버지, 할머니밖에 안 남았죠. (그걸 보면 기분이 어때요?) 허전하고 속상하죠.]

주민들이 떠나면서 빈집이 늘었고, 마을을 지키던 파출소도 제 기능을 잃었습니다. 이제 마을에 남은건 노인들 뿐 입니다.

[김재수/강원 삼척시 노곡면 : 여기 12집 살았는데 이제 다 나가고 이 영감하고 나하고 둘 뿐이야. 노랫소리도 안 들리고 (아기) 울음소리도 안 나고 더 적적하지.]

그동안 학교가 없어지면서 마을 공동체가 무너져온 사례가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학교를 지키고 싶다는 학생들의 외침은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내세워선 안 된다는 무언의 경고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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