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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화마 위험에도…늘어만 가는 '비닐 집'

입력 2017-01-04 22:04 수정 2017-01-0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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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특히 겨울이면 집이 죄 타버리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집들이 있습니다. 비닐로 만들어 놓은 무허가 집들인데, 소방시설도 없고 문제가 많다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보니 올 겨울도 위태롭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달 21일, 어둠 속에서 불길이 솟구칩니다. 순식간에 생활 터전을 삼켜버렸습니다.

지난 1일에도, 경기도의 한 농가에서 불이 나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며칠 전 불이 났던 장소입니다. 비닐은 모두 녹아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아래도 보면 밥솥이며 침대며 각종 생활용품이 불에 타거나 그을렸습니다.

농업용 비닐하우스를 집으로 개조한 건데 하마터면 인명 피해도 날 뻔했습니다.

[이웃 주민 : (불이) 사방에서 덤비니까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까. 손으로 (얼굴)가리고 나오다가 넘어지고 불에 탈 뻔했는데…아무것도 건진 게 없어. 몸만 나왔어.]

불은 5m가량 떨어진 비닐하우스에도 옮겨붙어 이렇게 곳곳이 녹아내리거나 지붕 일부분이 사라졌습니다.

인근의 또 다른 비닐하우스 밀집 지역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보통 가정집이 나옵니다. 방 안에는 어지럽게 전기 배선이 노출돼 있습니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마을회관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한쪽에는 연탄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LPG 가스통도 놓여있습니다.위 쪽을 한번 보실까요. 이렇게 전기배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습니다.

외부는 비닐로 덮고 골조는 샌드위치 패널로 세운 비닐하우스는 재질이 모두 인화성이 강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화재 대비에는 소홀한 모습입니다.

소화기가 있는데 이렇게 바닥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쪽을 보면 소화기는 많지만 그 위에 나뭇가지며 낙엽이며 한가득 쌓여있습니다. 한참 동안 관리가 안 된 듯한데요.

막상 불이 났을 때 사용은 할 수 있을까 소화기 압력을 확인해 봤더니 바늘이 빨간색 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압력이 낮아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 겁니다. 바로 옆에 소화기는 녹이 슬어있습니다.

비닐하우스가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현재 200여 가구가 사는 걸로 추정됩니다.

한 번 불이 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마을 주민 : 연탄 갈다가 바닥에 떨어져 불날 염려도 있고…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마을에) 노인이 많아요. 감각이 무뎌.]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화재에 취약한 무허가 집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2014년 2100여 동이었던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지난해 3000동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신도시 개발로 쫓겨난 세입자가 집을 찾지 못하고 1년에 토지이용료 몇십만 원만 내면 되는 비닐하우스로 내몰리게 된 겁니다.

[비닐하우스 거주민 : 허가된 건축물에 못 들어가. 그 돈(이주비) 가지고는 살 길이 없어. 이런 데(비닐하우스)는 그냥 몇 푼 주고 사는 거니까…]

화재에 취약하지만 무허가 시설이다 보니 소방시설조차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소방당국이 화재 발생 때 인명 피해를 막기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를 지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진수 팀장/경기 고양소방서 : 한 달에 한 번씩 (화재경보기) 눌러보고 소리가 안 나면 건전지가 다 된 거예요.]

지자체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지만 마땅한 주거 대책이 없다 보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쌓아놓은 연탄 옆에는 복잡하게 엉킨 전깃줄이 비닐하우스 위를 지나고 있습니다. 추위에 화재 위험까지 또한번의 위태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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