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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조개 캐는지 골프공 캐는지…주민 위협

입력 2017-01-1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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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남해의 한 작은 마을에 수시로 날아드는 물체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늘 불안해하고 있는데요. 논밭에도 마을 어장에도 계속 날아와서 맘편히 작업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밀착 카메라가 다녀왔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정정헌/경남 남해 구미마을 : 밭을 매면 공이 머리 위로 횡횡 날아다녀. 겁이 나서 밭에 일을 못할 정도로…]

[송영문/경남 남해 구미마을 어촌계장 : 말도 못해. 여기 싹 다(모두다) 골프공밖에…]

마을 주민이 불안해 하는 건 바로 골프공입니다.

제가 서있는 다리 아래로 바닷물이 흐르고 있는데 바지락이 나오는 이 마을 어장입니다. 저쪽에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 모습도 보이는데요, 인접한 곳에 골프장이 들어서 가까이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저쪽에서도 골프를 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경남 남해군의 한 마을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배를 피항시키는 항구 바로 옆에 골프장 4번 홀이 만들어졌습니다.

골프장과 주민들의 갈등이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강용식/경남 남해 구미마을 이장 : 정식으로 면허를 내서 관리하는 어장이거든요. 공 날아온다고 위로 올라오지 말라고. 그런데 우리 어장은 저 위까지고 마찰이 매일 있어요.]

실제로 바다에 골프공을 빠트리거나 해안가에서 공을 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골프공이 수년동안 갯벌에 쌓여 바지락 조업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강용식/경남 남해 구미마을 이장 : 조개를 캐는지 공을 캐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골프공은 5번 홀 근처 시금치 밭에도 날아들고 있습니다.

수확이 한창인 농민에게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김신핌/경남 남해 구미마을 : 공이 내 앞으로 지나가더라고. 머리 다칠까 놀랐어요.]

시금치 밭에 떨어진 골프공을 들어봤더니 흙이 골프공 모양처럼 동그랗게 패어 있습니다. 무른 땅이지만 골프공의 위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한 농민은 사흘 동안 주운 공이라며 고무대야 한가득을 내밉니다.

취재진도 밭에서 20여 분 동안 골프공 14개를 주웠습니다.

밭에서 공 치는 소리가 들리고, 골프장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도 가능합니다.

[골프장 관계자 : (밭에서 골프공을 많이 주워서요.) 원래 골프공이 잘 넘어가는 편이어서, 저희도 기록 따로 하거든요.]

제가 서 있는 시금치밭에서 도로 하나를 두고 바로 골프장이 있습니다. 불과 10걸음만에 닿을 거리인데 날아오는 골프공을 막을 안전망은 전혀 없습니다.

지난해 리조트 측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골프장 외곽에 향나무와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늘이 생겨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며 주민들이 반대했습니다.

대신 그물망 설치를 요구했지만, 이번엔 리조트 측이 미관이 좋지 않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 어느 분이 한 번 다쳤어요. 심하게 안 다치고 골프공이 떨어질 때 맞아서…여기 시골 사람들은 그렇게 심하게 따지지 않거든요. 그냥 넘어갔죠.]

안전을 위협하는 골프공 민원은 수도권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경기도의 한 골프장 바로 옆에 도로가 새로 뚫렸는데, 지난 7월 이곳을 지나던 차량 보닛 위로 골프공이 떨어져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이 때문에 안전망 설치와 코스 변경 등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업체측은 민원이 발생한 일부분만 그물망을 설치했고 이마저도 망 높이가 낮아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슷한 민원이 잇따르는 건 골프장 밖 시설물과의 거리와 안전망 설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해 놓은 관련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운동과 휴식을 위해 골퍼가 친 공이 주민들에겐 위협과 불안이 되고 있습니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촘촘한 그물망 설치 등 안전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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