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볼라벤(BOLAVEN)'이 며칠 전 밀쳐낸 제14호 태풍 '덴빈(TEMBIN)'을 이번에는 서해로 끌어당길 전망이다.
덴빈은 볼라벤과 똑같은 경로로 서해에서 북상할 것으로 보여 볼라벤으로 피해를 본 제주도와 서해안 지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덴빈은 일본이 제출한 이름으로 천칭자리를 뜻한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덴빈은 볼라벤보다 하루 앞선 지난 19일 태풍으로서 일생을 시작하고 북진중이었다.
그러나 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다가오자 대만 남쪽 바다에서 반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며 볼라벤이 북상하기를 기다려왔다.
덴빈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대만 타이베이 남쪽 약 25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4㎞의 빠른 속도로 동북동진하고 있다.
볼라벤과 멀어지자 본격적으로 북상 준비에 나선 것이다.
현재 강풍반경 230㎞로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hPa)에 최대풍속 초속 34ｍ로 강도는 '강한' 태풍이다.
덴빈은 곧 방향을 좀더 북쪽으로 틀어 30일 오전에는 서귀포 남서쪽 약 290㎞ 부근 해상까지 나갈 것으로 보인다.
31일 오전에는 목포 서북서쪽 약 180㎞ 부근 해상에 진입한 뒤 본격적으로 서해를 따라 북상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했다.
서귀포 부근부터 덴빈의 예상 이동경로는 방향이 꺾이지 않고 똑바로 북진하는 것까지 볼라벤과 판박이다.
두 태풍이 이렇게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는 것은 볼라벤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태풍 길'이 트였기 때문이다.
볼라벤은 일본 쪽에 중심을 둔 북태평양 고기압과 중국에 있는 대륙 고기압 사이의 틈으로 이동경로를 정했다.
그런데 강풍지름이 1천㎞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볼라벤이 이동한 자리를 주변의 공기 덩어리들이 빠르게 메우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북상하려는 성질을 가진 덴빈이 볼라벤의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면서 두 태풍이 같은 경로를 밟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볼라벤이 지나간 자리가 텅 비어버린 탓에 덴빈이 빨려들어가는 효과가 나고 이동 속도도 상당히 빠를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상당수 지역이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