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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 "천연기념물 '왕송' 피해는 인재"

입력 2012-08-28 14:32

마을 이장 이종구씨 "보수 건의했으나 괴산군이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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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장 이종구씨 "보수 건의했으나 괴산군이 묵살"

"이건 천재가 아니라 인재입니다"

28일 오전 10시께 태풍 '볼라벤'에 의해 충북 천연기념물 290호인 괴산의 '왕소나무'(王松·일명 용송(龍松))가 뿌리째 뽑혀 쓰러지자 청천면 삼송리 이장 이종구(58)씨는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씨는 "한 달 전 괴산군에 `왕소나무가 쓰러질 것 같다'며 보수를 요청했으나 `걱정하지 마라'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수령 600년 된 마을의 수호목이 쓰러진 건 괴산군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한 달 전 왕소나무의 뿌리가 20㎝가량 들떠 있는 것을 발견, 군에 적절한 조처를 하고 고작 1개뿐인 왕소나무 지주도 최소 5∼6개 더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씨의 요구로 현장 조사에 나섰던 대학교수와 괴산군 관계자들은 "아무 이상이 없을 것"이라며 뿌리 부분에 인공수피만 바른 뒤 돌아갔다.

이씨는 "1992년 뿌리 일부가 썩어 부패 부위를 제거하고 인공 충진재로 메웠으나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며 "뒤늦게라도 주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강풍에도 왕소나무와 나란히 서 있던 수령 100년 내외의 소나무 10여 그루는 초속 20여m의 강풍에도 끄떡없이 견뎌냈다.

"볼라벤이 닥치기 전에 뿌리 보강 작업만 했어도 600년 된 노송이 뿌리째 뽑히며 맥없이 쓰러지는 수난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씨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이씨는 "태풍이 물러가는 대로 괴산군, 문화재청 등과 함께 왕소나무를 살릴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소생이 안 된다면 주민들과 함께 제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허탈해했다.

수령 600여년으로 추정되는 왕소나무는 키 12.5m, 둘레가 4.7m에 이르며 나무줄기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예로부터 '용송'으로도 불려 왔다.

주민들은 이 거목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제사를 지내왔다.

주민들은 이날 왕소나무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몰려나와 처참하게 쓰러진 왕소나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살피며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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