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투명인간'
오늘(15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입니다.
사회의 맨얼굴. 즉 화장이 벗겨진 민낯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사회가 처한 '위기상황'은 약자에게 더욱 냉정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탄탄한 줄로만 알았던 국가 방역망이 무너진 것 이상으로 당황스러운 일들이 줄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명단에 없는 사람들' 즉 이름은 있으되 불리지도 관리되지도 않았던 이른바 '투명인간'들의 존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대전 대청병원에서 근무한 전산업체 직원.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파견직'이란 이유로 관리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 사람이 말을 안 했다" -병원 관계자
"지하에서만 업무를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련자들의 해명,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 사이 집이 부산인 그는 870명가량의 사람과 접촉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의 협력업체 직원인 응급실 이송요원 역시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습니다. 열이 났지만 당장의 생계가 걱정됐던 탓인지 아흐레 동안 일을 계속했고, 그 사이 그는 400명 넘는 이들과 접촉했습니다.
역시 간접고용형태인 대형병원 안전요원과 청원경찰 등도 메르스에 감염됐고, 이번 사태 초기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무자에겐 보호장구조차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미 알려졌습니다.
이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 역시 많았습니다.
대부분이 파견직, 혹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사회가 '명단' 취급하지 않아온 사람들. '우리' 라고 부르지 않았던 사람들. 즉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른바 투명인간들이 아니었을까요.
바이러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않는데, 사회적 차별로 틈새가 벌어졌고 그 사이로 신종 질병은 가차없이 파고든 셈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사회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조차 바라보려 하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질병과 싸우겠다는 모순에 빠져있었던 셈이지요.
그렇게 메르스는 우리 사회의 감춰진 민낯마저도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