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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조치로 대피 도운 '헬스클럽' 의인, "스무명 살렸지만…"

입력 2017-12-24 20:34 수정 2017-12-25 01:30

본인 탈출도 미룬 채 회원들 먼저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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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탈출도 미룬 채 회원들 먼저 챙겨

[앵커]

이번 제천 화재 참사는 29명의 생명을 앗아갔지만 그래도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한 사람들이 있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남자 목욕탕의 손님들을 대피시킨 이발사와 8층에 고립된 3명을 구한 민간 사다리차 의인들의 이야기 전해드렸지요. 또 4, 5층에선 헬스클럽에 있던 사람들을 끝까지 무사히 대피시킨 또 다른 의인이 있었습니다.

조승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지난 21일 불이 난 건물 안에 있었던 헬스클럽 대표 이호영씨입니다.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부인과 함께 현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푹 눌러쓴 모자와 마스크로도 침통한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화재 당시 이 씨는 4층 헬스클럽에서 회원들을 가르치던 중이었습니다.

건물 아래에서 올라오는 시커먼 연기를 보고 큰 사고를 직감했습니다.

[이호영/헬스클럽 대표 : 그게 평소와는 좀 다른…색깔도 진하고 양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옆에 보면 문이 있어요. 문을 (열고) 나가서 확인하니까 냄새도 매캐했고…]

이씨는 불이 났다고 회원들에게 알린 뒤 비상구 쪽으로 대피를 유도했습니다.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탈출은 미룬채 회원들을 먼저 챙겼습니다.

4층과 5층에 나뉘어 있던 남녀 탈의실과 화장실에 사람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비상구 문을 열었을 땐, 이미 턱밑까지 유독가스가 차오른 뒤였습니다.

이씨는 건물 위쪽으로 다급히 몸을 피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다른 사람을 도왔습니다.

[이호영/헬스클럽 대표 : 비상구를 통해서 8층까지 올라가는 과정에 7층에서 회원 한 분을 만나게 됐고 그분이 저를 따라서 난간까지 오게 된 거고…]

8층 난간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민간 사다리차로 구조된 남성 3명, 그 중 1명이 바로 이씨였습니다.

이 씨의 빠른 조치 덕분에 대략 20명 정도가 무사히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지만 이씨에게 이번 화재는 커다란 상처로 남았습니다.

[이호영/헬스클럽 대표 : 제가 가르치던 회원들 정말 열심히 하고 그랬는데…그 회원들까지 다 무사히 (탈출)했으면 좋았을 텐데 저만 살게 돼서 좀 죄송한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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