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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그 후…폭풍의 1년

입력 2013-12-15 19:43 수정 2013-12-1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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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1일,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진 지 1년이 되던 날이었죠. 오랜 진통 끝에 국회에 국정원 개혁 특위가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대립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 1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성화선, 김민상, 김선미 기자가 되짚어봤습니다.

[기자]

[김재원/국정원 개혁 특위 새누리당 간사 :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망쳐버렸어요. 3개월마다 인사를 했다니까….]

[문병호/국정원 개혁 특위 민주당 간사 :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으면 되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운거죠. 나라가 1년 동안 쑥대밭이 되지 않았습니까.]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난타를 당한 국가정보원.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김재원/국정원 개혁 특위 새누리당 간사 : (국정원이) 국가안보 수호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민의 신뢰도가 부족한 점을 반성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북한과 맞서 치열한 정보전을 수행해야 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 그 국정원이, 북한에서 2인자가 처형되는 심각한 시기에 국내 정치 한복판에 들어와 있습니다.

[진보 집회 : 국정원을 해체하라.]

[보수 집회 : 종북 실현 사제단을 즉각 구속하라.]

국정원이 출범 1년도 안된 박근혜 정부에서 여야 갈등의 핵으로 떠오른 건, 바로 1년 전, 북한에 대해 심리전을 벌이는 대북심리전단의 활동 때문입니다.

대선을 8일 앞둔 지난해 12월 11일. 야당 의원들이 서울 역삼동에 있는 오피스텔로 몰려갑니다.

[나오란 말이야.]

방 안에 있는 사람은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소속 김모 씨. 민주당쪽을 돕는 또다른 국정원 전현직 요원에게 뒤를 밟혀 소재가 추적된 겁니다.

대선을 8일 앞두고 터진 돌발 상황.

[빨리 나오란 말이야.]

그러나 국정원은 당당하게 맞섭니다. 여직원은 오피스텔 내부를 스스로 찍어 공개합니다.

국정원측은 현장 브리핑도 갖습니다.

[국정원 대변인 : 경찰에서 정식 조사를 하면 그건 충분히 밝혀질 것이라고, 모든 것을 저희는 숨길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선글라스를 낀 국정원 직원들은 외부 사람들을 밀치고 따돌리면서 여직원을 보호합니다.

여직원도 당당하게 주장합니다.

[김모씨/국정원 직원 : 한 사람으로서 너무 심각하게 명예와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들어간 이 여직원의 변호 비용 3300만원이 국정원 예산에서 지불됐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경찰 수사. 대선을 사흘 앞두고 속전속결 발표가 나옵니다.

[장병덕/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 : 모든 부분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통해 다 확인했습니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댓글이나 게시글은 전혀 없었습니다.]

[앵커]

네, 취재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성화선 기자, 1년 전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앞에서 대치하는 사건이 벌어질 때만 해도 대선 전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했는데요, 그게 아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경찰이 정치적 댓글은 없다고 발표를 했잖아요. 국정원도 선거에 개입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고요.

[앵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반전이 이어졌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국정원 사건 함께 보시겠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마무리 되는 듯 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듭니다.

공개된 경찰 수사 당시의 CCTV. 수사관들의 입에서 정당 이름이 나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 (문제인이 총 몇 건이에요?) 1685. 박근혜가 2214(건), 새누리당이 414개, 민주통합당 121개, 왜 자꾸 나와.]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는대선 전 발표 내용과 달라졌습니다.

[이광석/전 서울 수서경찰서장 : 게시글을 분석해 볼 때 정치 관여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경찰 수뇌부까지 불길이 번집니다. 상관과 부하 사이에 진실 공방까지 벌어집니다.

[김용판/전 서울경찰청장 : (수사팀에) 격려 전화했습니다. 그야말로 격려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권은희/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 네, 거짓말입니다.]

결국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수사를 축소,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국정원 여직원의 컴퓨터조차 압수수색 하지 않았던 경찰.

김용판 전 청장은 압수수색을 막은 게 당시 경찰 총수였던 김기용 청장이라고 폭로합니다.

이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초강수를 둡니다.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을 필두로, 특수와 공안을 대거 투입한 매머드 수사팀을 꾸린 겁니다.

수사팀이 댓글을 통한 선거 개입 의혹의 책임자로 지목한 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

그러나 원 전 원장을 구속할지, 재판에 넘길지를 두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의 대립이 벌어집니다.

[윤석열/전 특별수사팀장 : (법무부가) 수사팀을 힘들게 하고 자꾸 뭔가를 따지고 도가 지나치다고 한다면 수사팀은 외압이라고 느낍니다.]

검찰은 오랜 줄다리기 끝에 원 전 원장만을 불구속 기소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 의혹을 파헤쳐 결국 구속을 시킵니다.

거기에 법원까지 원 전 원장 뿐 아니라 이종명 전 차장 등 간부 2명도 재판에 넘기라고 결정합니다.

검찰과 국정원의 대립이 극에 달하던 순간, 돌발 변수가 터집니다.

채동욱 당시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진 겁니다.

채 전 총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며 버텼지만, 이번엔 황교안 법무장관이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 계획을 공개합니다.

결국 검찰총장은 사퇴했습니다.

[채동욱/전 검찰총장 : 검찰총장 채동욱은 여기서 인사를 고하지만, 이제 인간 채동욱으로서 여러분과 영원히 함께하겠습니다.]

정치권에는 소용돌이가 일었습니다.

[정호준/민주당 의원 :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는 청와대와 국정원의 검찰 흔들기의 결과입니다.]

[김태흠/새누리당 의원 : (채 총장 사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국민들께 혼란만 줄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낙마가 국정원 수사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왜 나온 건가요?

[기자]

채 전 총장은 지난 4월에 취임했는데 청와대와 국정원 검증, 그리고 국회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5개월만에 그런데 갑자기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지니까, 채 전 총장이 국정원 수사를 강경하게 끌고간 것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 혼외아들 논란이 거기서 끝난게 아니었죠.

[기자]

네, 최근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 모 군의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극한으로 치달은 갈등 상황, 좀 더 보시겠습니다.

총장이 떠난 검찰. 그러나 사상 초유의 내분 사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채 전 총장이 선택했던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이 상관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막았다고 폭로한 겁니다.

그것도 전국에 생중계되는 국정감사 자리에서였습니다.

[윤석열/전 특별수사팀장 : 검사장님 댁에 들고가 보고를 드렸습니다. 보고도 못 받은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조영곤/전 서울중앙지검장 : 전 지휘라인 가동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저도 모르게 체포영장 접수하고….]

결국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사퇴했고, 윤석열 전 팀장은 중징계가 청구돼 오는 18일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별수사팀장은 교체됐습니다. 새 수사팀은 국정원이 트위터 글 121만건으로 정치에 개입했다며 혐의를 추가했지만, 국정원은 검찰에 대해 거센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에서 검찰이 "여론몰이에 치중하는 비이성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언론플레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표현을 쏟아냈습니다.

[전옥현/전 국정원 차장 : 북한의 대남 심리전을 차단하고 제어하고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을 한 것인데 불행하게도 대선 시기와 맞물려서….]

정치권의 압박 속에 국정원은 지난 12일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직원들이 정치 관여 우려가 있는 지시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국회와 정당 등에 직원을 상시 출입시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야당은 이 정도로는 어림 없다고 말합니다.

[김관영/민주당 수석대변인 : 일고의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또 한 번 우롱하는 처사일 뿐입니다.]

여당에선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최경환/새누리당 원내대표 : 개혁 의지를 나름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원 개혁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거기에 장성택 처형이라는 돌발사태가 불거지면서 국정원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도 나옵니다.

[서상기/국회 정보위원장(새누리당) : 대북 휴민트(북한 내부 첩자로 정보를 얻는 방법)가 되살아 나고 있고 국정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다.]

[김경진/변호사 : 장성택 문제로 인해 국정원 개혁에 대한 동력이 약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에 야당은, 국내 정보를 폐지하고 북한에만 집중하라고 맞섭니다.

[민병두/민주당 의원 : 그러니까 국정원은 그 일(대북정보수집)만 하라는 겁니다. 그것 하기도 바쁜데 친북 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져나온지 1년.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양쪽을 납득시킬 해법을 찾는 숙제가 정치권에 던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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