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백화점 직원들이 고객들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도 이를 악물며 참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JTBC는 서울의 한 백화점이 활용하는 직원 평가 기준표를 입수했는데요. 고객 친절도 평가에서 점수가 낮으면 몇 시간이고 인사만 하는 교육을 받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직원들은 회사 측이 인격을 팔도록 강요한다, 이런 하소연까지 하면서 고통을 호소합니다.
윤샘이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취재팀이 입수한 서울 한 백화점의 직원 서비스 평가표입니다.
'고객이 들어서면 5초 이내에 미소를 짓는지'가 평가 대상입니다.
'응대 내내 밝은 미소와 환한 표정인가' 여부도 점수로 매깁니다.
[의류매장 매니저 : 보통 와서 3~4분 정도 응대하고 가면서 (평가하는) 항목은 이것 말고도 50~60개가 또 있습니다.]
백화점 측은 고객을 가장한 평가단, 이른바 '미스터리 쇼퍼'를 투입해 판매 직원들을 평가합니다.
점수가 낮으면 몇 시간 동안 인사만 하는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의류매장 매니저 : 70점 미만은 아침에 일찍 나가서 쭉 서서 인사연습을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십니까' 기본적인 멘트들… 오후 3시쯤 되면 기본 서비스 교육이라든가 인사교육을 추가로 또 받습니다.]
취재진은 다른 백화점의 교육용 자료도 살펴봤습니다.
'고객의 불만 제기는 응원가', '부정적인 말을 해주는 고객이 진정한 고객'이라고 규정합니다.
일부 백화점은 최근에서야 이른바 감정 휴가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보여주기식 대책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장품매장 관계자 : (감정휴가를) 감정이 다쳤을 때, 고객으로부터 상처를 입었을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상 미리 계획하면서 월차처럼 단 일회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움은 되고 있지 않다.]
수당과 휴가 같은 보상보다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입니다.
[정혜선 교수/가톨릭 의대 예방의학교실 : 소비자의 권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얘기했었지만 이제는 일하는 분들을 서로 존중할 때 오히려 더 소비자들이 대우받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판매원들의 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고객에게도 '착한 소비자'가 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