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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색깔까지 체크…몰카 감시받는 톨게이트 수납원

입력 2014-11-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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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는 통행료를 받는 수납원들이 있는데요. 항상 밝은 표정으로 운전자를 대합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남모를 고통이 있다고 합니다.

웃음 뒤에 감춰진 고속도로 수납원들의 눈물, 서복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JTBC가 입수한 동영상입니다.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통행료를 받는 수납원들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촬영 장면을 들킬까 두려워 카메라를 급히 내리기도 합니다.

누군가 요금소 곳곳을 돌며 몰래 찍은 겁니다.

취재진은 누가 왜 이 영상을 찍었는지 추적해봤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를 맡은 용역 업체였습니다.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경기도 일산과 퇴계원을 잇는 구간은 현재 서울고속도로라는 민간업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6개 요금소에서 일하는 수납원은 100여 명에 달합니다.

요금 징수는 하청을 받은 용역업체가 맡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납원들 역시 모두 용역업체 소속입니다.

그런데 이곳 수납원들은 항상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바로 '근무 평가' 때문입니다.

[이연재/고속도로 수납원 : 진짜 한 달에 한 번씩 그 점수가 나올 때마다 그 점수가 우리 목숨이었어요.]

몰래카메라 영상은 서울고속도로의 용역업체가 다른 업체의 수납원들을 촬영한 것이었습니다.

자신들이 고용한 수납원들에게 교육용으로 쓰려 했다는 겁니다.

[김명숙/고속도로 수납원 : 다른 영업소 사례나 그런 것도 항상 강사들이 노트북에 준비해서 보여줘요.]

취재진이 입수한 영상을 보면 모두 정상적인 근무로 보입니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평가하면 대부분 감점 대상이라고 합니다.

먼저 영상을 보면 운전자의 말을 귀담아듣는 수납원이 보입니다.

하지만 고개를 내밀지 않아 잘못이라고 합니다.

차와 거리가 있지만 문제 없이 돈을 받는 수납원도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손으로 받은 것이 문제입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계산대만 바라봐도 점수가 깎입니다.

수납원들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지적 사례대로 일을 하다 적발되면 여지없이 점수를 깎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동영상 교육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취재진은 수납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항목을 추가로 입수했습니다.

평가 항목은 무려 22개나 됩니다.

영수증을 줄 때도 꼭 두 손이어야 합니다.

친절하고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항목도 있습니다.

화사해 보이는 화장과 헤어 스타일까지 점수를 매기고 있습니다.

[한은미/고속도로 수납원 : 책상 위에 체크리스트가 놓여져 있어요. 두발 상태부터 옷차림과 화장까지, 립스틱 색깔까지 다 명시돼 있습니다.]

[김옥주/고속도로 수납원 : 받을 때 두 손으로 받았어요. 줄 때는 한 손으로 줬어요. 100점 만점이라면 50점이 마이너스인 거예요.]

이런 평가가 끝나면 가혹한 벌도 뒤따랐다고 합니다.

8시간 '벌 근무'를 섰다는 직원도 있습니다.

[정희숙/고속도로 수납원 : 8시간을 (영업소에) 서서 이렇게 손님이 오면 문 열어주고 업무 보고 나가면 배웅을 했어요.]

아예 요금소 안에서 감시당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옥주/고속도로 수납원 : 뒤에서 코칭합니다. '두 손 교부하세요. 목소리 작습니다. 상냥하게 하세요. 웃음이 없습니다. 입꼬리 올려주세요' (지시를 합니다)]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각서도 쓰게 했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윤경이/고속도로 수납원 : 내가 평균 이하의 점수가 나올 때는 어떤 처벌도 다 따르겠다. 어떠한 처벌에도…그게 문구예요.]

심지어 시간제 근무로 전환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정희숙/고속도로 수납원 : 네 명을 좌천시켰어요. 파트(시간제)로 갔는데 월급이 50만 원 정도 차이 나요. 거의 6~7년 된 사람인데 정말 비참하게 많이 울었어요.]

업체 측은 평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벌 근무나 각서 등은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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