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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불러 "반성문 써라"…택배 영업소장들 '을'의 눈물

입력 2014-11-24 21:47 수정 2014-11-2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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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내린 갑을 관계, 그 불편한 진실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24일)은 택배업체의 본사와 영업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60대의 영업소장들이 새벽부터 반성문을 쓰고, 본사의 부당한 지시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호진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지난 1월 경동택배 본사가 전국 800여 개 영업소로 보낸 공문입니다.

택배 사고가 잦은 영업소장들은 새벽 6시 본사로 불러 정신교육을 시키겠다고 경고합니다.

실적이 없으면 새벽에 나와 시험도 보도록 했습니다.

[현직 영업소장 : 말이 교육이지, 협박하는 거랑 마찬가지입니다. 물량 확보해라, 물량 확보 안 하면 당신들은 '경동'할 자격이 안 된다.]

배송 실수가 나면 반성문까지 써야 합니다.

나이가 50~60대인 영업소장들이 새벽에 본사로 나와 반성문을 쓰는 겁니다.

글씨가 이상하면 본사 직원들이 찢어버리기까지 했다고 영업소장들은 말합니다.

[현직 영업소장 : 글씨를 날려 썼다, 이러면 찢어버리고 새로 쓰라고 그러고. 대드는 거냐고 그러고. 한 장 날려 썼다고 찢어버리고, 열 장 쓰라고 그럽니다.]

택배 일감을 받아야 하니 모욕을 당해도 화도 낼 수 없습니다.

[현직 영업소장 : 당신 그래 갖고 영업소 운영하겠어, 나이 먹어가지고 말야.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하고 이래도 다 참고 그러니까. 바로 영업소가 날아간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

경동택배 측은 업무 착오가 있어 시말서를 쓰게 한 것이고, 새벽에 부른 것은 업무 시간을 뺏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경동택배 본사 직원과 영업소장 사이의 대화 내용입니다.

영업소에 돈을 만들어서 강제로 택배 차량을 새로 살 것을 요구합니다.

연배가 아래인 본사 직원이 영업소장을 다그칩니다. 예의나 격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본사 관계자 : 소장, 나도 월급쟁이에요. 내가 원하며 2,3천은 만들 수 있어요. 하물며 600만 원을 못 만들어서 돈이 없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영업소장 개인사까지 거론하며 돈을 만들라고 요구합니다.

[본사 관계자 : 허리 수술하는데 800이 들었다면서요. 당장 1200, 2000한다면 난 만들어요.]

이같은 일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현직 영업소장 : 계속 일주일에 한 번씩 불러서 똑같은 방법으로 협박을 합니다. 안 사면 영업소를 못하게 하겠다.]

경동택배 측은 노후된 차량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구현/경동택배 차장 : (뉴스에) 차량 가격이 올라가고 어떻게 한다, 그러면 소장들이 듣고 나서 저희에게 신청을 자발적으로 합니다. 신청서는 준비한 게 있고요.]

그러나 영업소장들은 본사가 내놓은 문서는 모두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현직 영업소장 : 차가 노후돼서 바꾸는 데는 없습니다. 본사에서 저희 영업소를 상대로 차 장사를 하는거죠. 실제로 영업소 수익이 정말 밥 겨우 먹고 살 정도인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경동택배와 하청 영업소 사이의 내부 부당 거래와 관련해 재조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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