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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확산되는 사드 배치문제, 쟁점과 배경은

입력 2016-02-0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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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연일 군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논란을 의식해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왔지만, 최근 북한이 제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3NO'(요청·협의·결정 없음)에서 '긍정적 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

아직까지 한·미 양국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협의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물밑에서는 관련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주한미군과 사드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경기 평택을 비롯해 대구, 칠곡 등 사드 배치 후보지 5~6곳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목적이 무엇이며 중국 등 주변국가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지, 사드가 배치된다면 언제 어디에 배치될 것인지, 사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레이더는 어떤 기종이 적용되는지, 비용은 어떻게 부담할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중복되는 것은 아닌지 등 쟁점을 두고 논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왜 이 시점에 사드 문제 부상했나…'중국 압박' 해석 우세

2일 군 당국에 따르면 사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한 뒤 고도가 떨어지는 이른바 '종말 단계'에서 이를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우리 군은 사드처럼 40~150㎞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보호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의 우려를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제 중국은 사드의 AN/TPY-2 레이더가 자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감시할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 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이후 우리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우리 안보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는 결국 우리 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를 실현하기 위해 한·미 공조 강화가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중국이 대북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거듭 제기함으로써 중국을 더욱 압박해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사드 배치 후보지 압축? '물밑 협상' 전혀 없나?

이미 외교가에서는 사드 배치 문제가 '공론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9일 "한·미 양국이 이르면 이번 주 관련 협의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가 논란이 일자 기사에서 발표 시점을 삭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한미군이 연내 사드 배치를 위한 막바지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드 제조업체인 록히드마틴의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극비리에 방한해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방산업계에서는 최종 후보지로 경기 평택과 대구, 경북 칠곡, 강원 원주, 부산 기장 등 5~6곳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물밑 접촉' 가능성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가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 정부가 "공식 협의는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면서 불필요한 혼란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은 이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식 요청이 오면 그 때부터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관련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비공개 접촉이나 물밑 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우리 국방·외교 당국과 청와대 간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사드 배치론 자체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 '지렛대'인 것인지, 아니면 실제 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실현 가능한 군사적 전략'인 것인지 여부가 우리 내부에서도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진배치 모드' vs '종말 모드'…군, 의도적 방치 논란

사드의 '눈' 역할을 하는 레이더(AN/TPY-2)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사드의 레이더는 탐지거리와 요격기능 여부에 따라 전진배치 모드(FBM)와 종말모드(TBM)로 나뉜다. 탐지거리가 최대 2000㎞인 전진배치 모드는 미사일 발사에서부터 상승단계를 추적하는 탐지 전용인 반면, 탐지거리가 600~1000㎞ 이내로 국한되는 종말모드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요격 시스템을 갖춘 종말모드가 도입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에 대해 "공식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어떠한 정보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언론이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탐지거리 기준을 바탕으로 중국 내륙까지 탐지 가능한 전진배치 모드가 아닌 종말모드 레이더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이로 인해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 견제용'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전진배치 모드와 종말모드가 사용하는 레이더는 하드웨어가 기본적으로 동일하고, 두 모드 간 차이는 탐지거리가 아닌 요격능력에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석은 무의미하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한 뒤 레이더 운용 모드를 바꿔가며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중국 영공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L-SAM 중첩 논란도…불가피한 전략인가?

국방부가 지난 1일 우리 군이 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과 사드를 동시에 운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사일 방어체계 '중첩' 논란도 일고 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사드의 기능이 겹치면서 불필요한 예산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L-SAM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상승 직후 목표물을 향해 비행한 뒤 낙하를 시작하는 '종말 단계'(지상 40㎞ 이상)에서 요격하는 무기로 사드 체계와 유사하다. 국방부는 2020년대 초 이를 실전에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L-SAM이 요격하지 못하는 고도 40㎞ 이하에서는 M-SAM과 PAC-3를 통해 방어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군 당국은 L-SAM 등을 개발해 KAMD를 구축하게 되면 사드(요격고도 40~150㎞)는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었다. 사드의 기능과 겹치는 방어체계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인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L-SAM이 개발되기 때문에 사드 배치는 필요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이 'L-SAM이 개발되더라도 사드 배치는 별개이므로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달라지면서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복되는 미사일 방어체계에 불필요한 돈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우리 군 당국이 이같은 논란을 알면서도 '별도 운용'이라는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L-SAM 개발 등 KAMD 구축을 통해 우리가 미국의 MD 체계에 편입되지 않는다는 점을 중국 등 주변국가에 강조할 외교적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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