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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감 던져놓고…" 현실과 먼 대학생 주거대책

입력 2016-02-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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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숙사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학교 주변 전세값은 너무 부담이고, 이런 대학생들을 위해서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이자만 부담하게 하는 전세금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게 학생들에게는 못먹는 감이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이새누리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전국에서 대학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 짐작하셨다시피 서울입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은 38개로, 전국 시도 가운데 1위입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 모인 학생들 중에서 30% 정도만 기숙사에 살고 있고, 절반 이상은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고시원에 사는 학생도 6%에 이르는데요.

통계 속에 담긴 실제 대학생의 삶은 어떨지, 개강을 앞둔 성동구 풍경부터 살펴볼까요.

[권민창/원룸 계약한 대학 신입생 : 학교 기숙사 총원 2000명 중에서 공대만 50명 뽑는다고 하는데 들어가기가 힘들 것 같아요.]

남은 선택지는 월세 수십만 원의 원룸 뿐입니다.

[임근혁/공인중개사 :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65 또는 55만 원 정도. 1000에 50짜리도 지금 현재로는 좀 싼 편이에요.]

대학 졸업반인 이 학생은 두 달 전 보증금 없이 월 35만 원인 학교 근처 고시원으로 들어왔습니다.

[유모 씨/대학생 : 빨래를 하고 널면 공간이 없어서 어떻게든 널려고 책상에다가도 올리고 하지만 아무래도 제일 큰 문제는 다른 방 소음이에요.]

그런데도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취직 전까진 계속 이곳에서 생활할 예정입니다.

이런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한 LH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대학생이 직접 전셋집을 물색해오면, LH가 집주인과 계약해서 학생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입니다.

취지는 좋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끊임없이 불만이 제기됩니다.

올해 지원대상으로 뽑힌 이 학생은 가계약이 세 번이나 깨진 후에야, 가까스로 집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A씨/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신규계약자 : (부동산 몇 개 다녔는지 아세요?) 못 셀 것 같아요. 하루에 다니면 15~20개 정도요.]

그러나 전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문제 등으로 집주인들에게 잇따라 퇴짜를 맞은 겁니다.

[A씨/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신규계약자 : 공인중개사가 갑자기 저보고 200(만 원)을 마련할 수 없겠냐 하는데 제가 갑자기 200이 생기는 애면 이런 제도를 안 하겠죠.]

정부는 공급을 늘린다는 입장이지만, 예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전세 매물은 이미 자취를 감춘 데다, 더딘 행정절차 때문에 LH와 계약을 꺼리는 집주인이 많습니다.

[김모 씨/대학생 전세임대주택 거주자 : 일반 전세는 금방금방 잔금 주고 입주 되잖아요. (그런데) 권리분석이 2주씩 걸려 버리면 집주인도 하기 싫어하고 부동산도 하기 싫어하죠.]

애가 타는 건 학생뿐입니다.

[김모 씨/대학생 전세임대주택 거주자 : (통화를 하루에 최대 몇번 해봤나요?) 세어볼까요? 1, 2, 3… 25번 정도 되네요. 하루에 25번. 항상 문전박대만 당하다 보니까 못 먹는 감을 던져놓고 먹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같아요.]

다가구주택 등을 개조해 대학생에게 임대하는 SH공사의 '희망 하우징' 역시, 저렴하다는 이유로 감수해야 할 게 많습니다.

[양모 씨/희망하우징 거주자 : (처음엔) 폐허처럼 사람이 안 살고 안 치웠던 모습이었고 벽면에 곰팡이가 슬어서 도배해 주시기로 했는데 아직 처리가 안 됐어요.]

현재 1038개의 희망하우징 중 134개의 방이 비어있습니다.

이렇게 벽을 가득 메운 전단들이 아직 방을 구하지 못한 대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에게 4~5평짜리 방 한 칸은 갖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대학생 주거 대책, 대학생들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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