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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음압격리…안 공기와 바깥 공기'

입력 2015-06-1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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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대통령 자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의 김용갑 전 의원이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이렇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해야지.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서야… 청와대 안 공기와 바깥 공기는 전혀 다르다."

청와대의 대응이 민심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이유. 급기야는 자문그룹의 원로에게서도 이런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안 공기와 바깥 공기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음압격리(negative pressure)'

병실의 압력을 낮춰 안의 공기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안에 있는 바이러스는 물론 그 어떤 것도 바깥으로 흐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음압격리. 안 공기와 바깥 공기'

오늘(17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말입니다.

"고위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승용차 뒷좌석 시트에 기대 정부청사와 국회, 고급식당 사이를 오갔다. 병원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어쩔 수 없이 밀접 접촉하며 들숨 하나, 날숨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민의 불안이나 분노 따위는 그들의 안중에 없었을 것"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에 가끔 등장하는 중앙일보 권석천 사회부장의 칼럼 중 한 구절입니다.

역시 안 공기와 바깥의 공기가 너무나도 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권석천 부장은 알베르 까뮈의 1947년작 '페스트'를 기억해냅니다.

"명령이 있어야 그렇게 하지…"
"시 당국은 자진해서 무엇을 해볼 생각도 전혀 없었고 아무런 대책도 없었지만…"

적어도 무기력했던 메르스 초기 단계의 방역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입니다. 그 이후에도 대책은 뒷북이었고, 관리는 허술했습니다.

"관료들이 위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은 스스로를 여론에서 자가 격리시켜왔고. 그 결과 메르스는 궁궐 밖 먼 곳에서 풍문으로 떠돌았다"

권석천 부장의 이야기를 계속해볼까요?

"메르스가 폭로한 것은 공감이 빠진 채 공회전하는 권력의 누아르."

듣기에 따라서는 거북한 지적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지적을 바라보는 많은 시민들이 거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그것은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지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메르스는 곧 지나가게 되겠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은 안전해질 것인가. 알베르 까뮈는 작품 속에서 말합니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지도 사라져 버리지도 않는다"

까뮈는 너무 비관적인 것일까요? 사실 그가 말한 페스트균은 많은 것을 은유합니다. 아마도 권력자와 시민 간의 음압격리 상황도 그 은유의 대상으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의 비관이 역설이 되기를 우리는 누구보다도 희망합니다. 그리하여 병원에서도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들숨 하나, 날숨 하나에 신경 곤두세우지 않게 되기를.

사실 알베르 까뮈도 자신의 작품이 '긍정으로 읽히길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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