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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황교안 총리 지명…국정의 '부득탐승(不得貪勝)'

입력 2015-05-21 21:46 수정 2015-05-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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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열었습니다.

"부득탐승"

승부에 집착하면 오히려 그르치기 쉽다는 의미입니다.

오늘(21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바둑 좀 두신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을 겁니다. 부득탐승이란 말은 위기십결이라는 바둑의 열 가지 계명 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입니다. 바둑기사 이창호 9단이 몇 년 전에 내놓은 책 제목이기도 하지요.

바둑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만 바둑은 그야말로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지요. 이기는 데는 왕도가 따로 없고, 또 신중하지 못하면 패배하게 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신비로운 바둑의 묘미는 바로 '복기'에 있다고들 합니다.

"대국 전체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 유일하게 패자가 승자보다 더 많은 것을 거둘 수 있는 시간" 이창호 9단의 말입니다.

심사숙고해 한 수를 두고, 그 결과 보이지 않는 창과 칼이 오갔던 대국에서 패했다면, 패배의 원인을 되짚어보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는 의미일 겁니다.

바둑은 유독 정치판에도 많이 비유가 되지요. 그렇다면 이번 총리 후보자 임명을 바둑에 비유한다면 어떨까요.

그동안 청와대는 국민여론과의 대국에서 거듭 패해왔습니다. 다섯 명의 총리 후보자 중 문턱을 넘은 두 명 역시 온전히 자리를 보전하지 못했습니다.

세간에서는 이미 나름의 복기를 통해 지난 패전들의 원인이 '의심'에 있다. 이런 평가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인사권자가 이른바 수첩에 없는 인물에는 쉽게 눈길을 주지 않는 데다 한 번 믿음을 준 사람에게만 거듭 일을 맡기니 따가운 눈총을 무릅쓴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청와대는 다섯 번의 패전을 딛고 오랜 장고 끝에 이번엔 제대로 된 복기를 통한 묘수를 내놓은 것인지, 아니면 '부득탐승' 즉, 승리에만 집착한 나머지 또다시 불통의 한 수를 두고 만 것인지. 이제 판단만이 남아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미 수는 놓여졌고, 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입니다.

이번엔 부디 자충수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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