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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라이삐엣남'을 아시나요…다문화의 또다른 그늘

입력 2013-12-09 08:30 수정 2013-12-2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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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제결혼이 많아지는만큼, 국제이혼이나 별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남편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주 여성들 가운데 자녀를 데려가는 경우도 많은데, 베트남에선 이렇게 돌아온 아이들을 '라이삐엣남', 그러니까 가짜 베트남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수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남편들은 아무 말도 없이 떠난 아내가 황당하기만 하고요, 이주여성들은 한국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데요, 오늘(9일) 긴급출동에서 다문화가정의 또다른 그늘, 취재했습니다. 임진택 기자입니다.

임진택 기자입니다.

[기자]

김정주 씨는 지난 9월 일터에서 돌아와 현관 문을 열었을 때 눈을 의심했습니다.

집은 마치 아무도 살지 않았던 것처럼 텅 비어 있었습니다.

[김정주/국제결혼 남성 : (냉장고는 어디에) 이쪽에 있었습니다. 가스렌지는 이쪽에. (가스렌지까지 다 떼 갔어요?) 네. ]

세 살 아들과 홀연히 사라진 중국인 아내.

연락 두절이던 그녀에게서 이혼 소장이 도착한 건 일주일 뒤였습니다.

[김정주/국제결혼 남성 : 이혼 소송을 건 다음에 즉시 중국으로 나간거죠. 애 데리고. 애를 놓고 8월 28일 혼자만 돌아왔어요.]

최근 국제결혼을 한 뒤 아이와 함께 가출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주 여성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연락두절, 아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들은 애간장이 탑니다.

[안재성/국제결혼 피해센터 대표 : 이런 아기가 졸지에 사라졌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것도 한 달 두 달이 아니고 몇 년간 얼굴도 못보고…]

하루 아침에 자식과 생이별한 아버지들이 급기야 아이를 찾아 나섭니다.

[이재규/국제결혼 남성 : 아빠하고 같이 오자. 아빠 가면 따라 와야돼.]

아이들은 대체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함께 베트남으로 향했습니다.

최대 도시인 호치민에서 남쪽으로 5시간.

인구 120만의 소도시 '껀터'에서 다시 몇 시간을 더 들어가야 상규 씨의 딸 미영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길로 가서, '깍꼰' 다리를 건너서 작은 길로 내려가서 왼쪽으로 들어가세요. ]

오후 10시, 차로는 갈 수 없는 좁은 길을 걸어 상규씨의 처갓집을 찾았습니다.

[최상규/국제결혼 남성 : (미영이 아냐?) 미영아 아빠, 미영아 아빠, 한국 한국 아빠.]

하지만 미영이는 아빠를 몰라봤습니다.

재규 씨의 처갓집은 껀터에서 남쪽으로 2시간을 더 가야합니다.

오토바이로 논 길 10km를 달려 도착한 곳.

[송희, 송희]

송희는 학교에 가고 없습니다.

삽시간에 동네 이웃 십여 명이 모이고 분위기는 험악해 집니다.

이 때 서울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소식들 듣고 전화한 아내입니다.

[이재규/국제결혼 남성 : 다 없었던 걸로 해 주겠다고 내가 몇 번을 너한테 사정을 하고 문자를 넣고 했는데도 너는 그렇게…]

그러는 사이 송희가 학교에서 도착했습니다.

재규 씨는 딸을 데리고 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주 여성들은 왜 아이를 데리고 집을 떠난걸까.

[국제결혼 여성 : 그 사람은 애기 없어도 돼요. 자기는 애기 둘 있어요. 아들있고 딸도 있고 어머니도 있고. 우리 애기는 나 잘 키울수 있어요.]

경제적 어려움도 호소합니다.

[국제결혼 여성 : 나 3년 애기 키우기 힘들었어요. 3년 계산해봐. 얼마 나와? (애기 키우기 힘든데 왜 데리고 왔어요?) 아빠는 애기 보고싶어. 그럼 나한테 돈 줘. 그럼 애기 보내줄께.]

일부 외국인 쉼터가 이혼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외국인 쉼터를 운영하는 대구의 한 교회, 이주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국제결혼 여성 : (여기오면 친구 많아요?) 네. 외국 사람 엄청 많아요.]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습니다.

[국제결혼 여성 : 여기 사모님 도와주지. 나라도 조금 도와주지. (나라에서 돈 나와요?) 남편하고 이혼해주지. 한달 애들 용돈 받아오지.]

다문화 가정의 이혼 실태는 어떨까? 이미 위험 수위입니다.

지난해 다문화 가정의 이혼 건수는 13,700건으로 결혼 건수 29,200건의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률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평균 결혼생활 기간도 국내 평균이 13.7년인데 반해 다문화 가정의 경우 5.4년에 불과했습니다.

이채문 씨는 지난해 아들 성민이를 007작전을 하다시피해서 데려왔습니다.

[이채문/국제결혼 남성 : (굉장히 밝네요. 아이가) 네. 밝아요. 엄청 밝아요. 거기있는 것보다 여기가 훨씬 나아요.]

베트남에선 친권을 주장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채문/국제결혼 남성 : 강제추방 당하고. 억울해도 내가 참고 있어야돼요.]

성민이는 한국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이성민 : (아빠가) 맛있는 거 사주고요. 그리고 음료수도 사주고요. 많이 사줘요.]

상규 씨도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처음엔 상규 씨를 박대하던 장모, 베트남까지 찾아온 정성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사위가 미영이와 함께 얼마 동안이라도 지낼 수 있도록 해 준 겁니다.

상규 씨는 언제 다시 볼 지 모르는 딸 미영이와 짧지만 소중한 추억을 만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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