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름 전 이천 화재 참사에 희생된 38명의 노동자들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화재의 원인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은 끝까지 분향소를 지키겠다고 말합니다.
박지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박시영/고 김치성 씨 부인 :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자기야, 안되겠다.' 뭐라 말을 못하겠어요.]
불이 난 지 5분 뒤 걸려온 짧은 통화는 결혼 1주년을 앞둔 부부의 마지막 대화가 됐습니다.
동료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나간 현장에서 남편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박시영/고 김치성 씨 부인 : 코로나 때문에 일이 많이 없어서…그거라도 하자.]
6살, 11살, 13살 세 아이와 남겨진 이주노동자 디마 씨의 아내 바실리아 씨.
남편 대신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지만 지금 가진 비자로는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습니다.
[바실리아/고 디마 씨 부인 : 비자 형태가 안 바뀌면 더 이상 한국에 남아있을 수 없어요.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아니라서…]
A씨는 동생과 매제, 둘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A씨/희생자 가족 : 같이 현장에서 라면 끓여먹고 쉬지도 않고… 빨리 마무리를 하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 다음날에는 다른 현장으로 갈 계획…]
아버지한테 온 문자 한 통에 온 가족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A씨/희생자 가족 : 사건 현장 인근에 있는데 아버지 앞으로 문자 왔어요. '택배 발송' 하고… 막내가 보낸 아버지 드시라고 (보낸) 호두였어요.]
38명 희생자의 가족 수십 명은 발길이 줄어든 분향소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같은 바람을 갖고 현장을 지킵니다.
불이 난 지 보름, 현장에서 안전관리가 소홀했다는 진술은 이어지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유족들은 원인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벌을 받을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킬 계획입니다.
[박시영/고 김치성 씨 부인 : 왜 이런 사고를 당했는지는 말하고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불 나서 네가 그렇게 당했어. 이렇게 말해줄 수 없잖아요.]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