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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보인다] 급증한 '사후면세점' 득실 따져보니

입력 2016-10-0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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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국경절 연휴에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 행렬이 이어졌는데요. 이렇게 관광객들의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해 물건을 산 뒤에 세금 일부를 돌려받는 이른바 '사후면세점'이 여럿 생겨나고 있습니다. 잘만 활용되면 관광객도 좋고 관광업계에도 도움이 될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새누리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경절 마지막 날 서울 명동은 중국인 여행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이들에게 한국을 찾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장양/중국인 여행객 : 쇼핑하러 왔습니다.]

[탕쟈오링/중국인 여행객 : 저희는 여행하러 왔어요. 주로 쇼핑합니다.]

쇼핑 가방엔 어떤 게 들어있을까요.

[콴진/중국인 여행객 : 화장품 사러 한국 왔어요.]

[위안린링/중국인 여행객 : 00면세점에서 샀습니다.]

주요 관광명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택스리펀드 또는 택스프리 마크들입니다.

외국인이 이런 사후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면 해당 가게 또는 공항에서 내국세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외국인 여행객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사후면세점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원래 취지대로 관광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요.

초등학교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이 건물도 사후면세점으로 지어졌습니다.

이제 학교는 물론 주택가나 아파트단지 근처에서도 사후면세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항이나 시내면세점과 달리 사후면세점은 관할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습니다.

주무부처가 없고 설립이 쉬운 탓에 사후면세점 숫자는 3년 반 동안 4배로 불어났습니다.

개중에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만 상대하며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사후면세점 관계자 : 그냥 구경은…어디 사람이에요? 한국 사람? 그런데 여긴 여권이 있어야 하는데…]

취급 품목은 대부분 화장품과 생활용품, 건강식품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점원들은 일대일로 응대하며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사후면세점 점원 : 이건 한국 사람들이 쓰는 거라 수출은 안 해요. (한국 사람만 쓴다고요?) 네. 맞아요.]

하지만 해당 상품은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제품입니다.

28만원짜리 고가 화장품을 팔 때도 거짓 정보로 현혹합니다.

[사후 면세점 점원 : '00'(고가 브랜드 제품)는 수출되는 것이고 이건 내수용이에요.]

중국 단체 여행객은 주로 중국 여행사를 통해 국내로 들어옵니다.

4박 5일 동안 서울과 제주를 둘러보는 여행 상품입니다.

둘째날 일정을 보면 경복궁과 청와대, 청계천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시간보다 시내면세점 뿐 아니라 각종 사후면세점을 들르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여행사가 싼값에 손님을 모은 뒤 면세점에서 받는 수수료로 수익을 메우는 겁니다.

여행 가이드도 상품 구매를 독려합니다.

[중국인 여행가이드 : 팁도 못 받으면 제가 어떻게 돈을 벌겠어요. 안 산 분들은 하나라도 사주세요.]

이런 관광 형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경제에 도움은커녕, 한국에 대한 이미지까지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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