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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자유' 옥죄는 '모범답안'…면접 '사상 검증' 논란

입력 2015-12-0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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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요즘 같은 취업난에 대기업 최종 면접 시험장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최근 여론조사에는 긍정 평가와 부정평가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여론조사하곤 다른 문제죠. 과연 어느 쪽으로 답해야 하나 내 생각대로 말을 해도 괜찮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또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건 지난 10월 아모레퍼시픽 채용 과정에서 나온 질문으로, 이른바 '사상검증' 논란이 일었고 회사가 공식 사과까지 했는데요. 하지만 최근까지도, 예를 들면 "세월호법이 늦게 통과된 원인"은 뭐라고 보냐는 질문도 나오면서, 여전히 이런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되겠죠. 즉, 정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한 것 아니냐…

모든 국민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헌법에 있습니다. 양심의 자유란 자신의 윤리적 판단에 따라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자유를 의미하는데요. 사상의 자유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자신의 사상의 자유에 앞서 '모범답안'이 뭔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선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7살 이모 씨는 지난달 성균관대 교직원 면접을 보러 갔다가 서울 도심 집회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습니다.

농민 백남기 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게 누구의 책임이냐는 겁니다.

[이씨/면접자 : 시사상식을 묻는 줄 알고 정보 중심으로 이야기했더니 중간에 말을 끊고 계속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 물었어요. 단순 사상검증 같다고 생각해요.]

지난달 우리은행도 면접에 나온 수험생들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면접에서 나온 이후 사회적인 논란이 일었던 내용입니다.

[심모 씨/면접자 : 그런 질문을 또 할 거라고는 예상 못 했고요. 논란의 여지가 있고 보수인지 진보인지 알 수 있는 질문은 면접에서는 자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김모 씨는 삼성그룹 최종면접을 보러 갔다가 여성 리더로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김씨/면접자 : 개인의 성향인데 그걸 면접에서 물어봤다는 자체가 당황스러웠어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나 싶어요.]

수험생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사상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지만 기업은 논리를 알아보기 위한 거라고 설명합니다.

[기업 인사팀 관계자 : 그 사람이 논리적으로 말하느냐, 자기 입장을 어떻게 주장하느냐 그런 논리성을 보기 위해서 (질문을) 하는 거죠.]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정치와 관련된 기출문제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모 씨/면접자 :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하는 게 가장 모범적인 답변이라고 해요.]

하지만 정치적 성향이나 사상을 검증하려는 건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취업난 속에 취업준비생들에겐 양심의 자유를 논하는 것조차 사치가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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