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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입력 2015-11-0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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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앵커브리핑입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가."

한 화장품 회사 신입사원 면접에 등장한 질문입니다. 순간 지원자들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오갔을까요?

찬성이냐 반대냐를 다그치듯 물었다던 회사는 공식 사과했다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몇몇 언론사에서는 국정화 반대서명에 참여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지도 있었다고 들립니다.

물론 언론인의 불편부당을 위해서라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인사 불이익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에는 직업인이기 이전에 사유와 행위의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불신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떠올린 오늘(4일)의 키워드.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어느 산문 제목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질문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인민군이 들어오면 '인민군 만세' 국군이 들어오면 '국군 만세'를 외쳤다던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은 '우리'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단순한 '타인'이 아니라 총부리를 겨눌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사회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그 폭력의 언어들.

그리고 편가름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취해왔던, 그리고 지금도 얻으려 하는 우리의 정치인들에게 이 말을 옮겨드립니다.

"그냥 놔두게. 그도 프랑스야"

알제리가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시절. 철학자 사르트르는 알제리 독립운동을 몰래 지원합니다. 프랑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명백한 반역행위였겠지만 그러나 그를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드골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 속에서 드골도. 사르트르도. 공존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아이들의 교과서를 둘러싼 어른들의 전쟁. 시작은 있으되 끝은 기약이 없습니다.

"너는 어느 편이냐"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물려받은 가장 비뚤어진 유산을 다음 세대에게까지 물려주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오늘이 역사가 되었을 때 우리는 미래세대로부터 똑같은 질문을 받게 되지나 않을까 문득 불안해지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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