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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레고가 화장실에 간 까닭은'

입력 2015-10-2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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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8일) 앵커브리핑은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합니다.

레고가 화장실에 간 까닭은 무엇일까요? 마르셀 뒤샹의 유명한 작품을 연상케 하는, 이 사진에 대해선 잠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남중국해 난사군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 직전까지 와 있습니다. 과거 열강들의 동아시아 쟁탈전, '그레이트 게임'을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은 지금, 우리의 입장을 묻고 있습니다. 누구 편이냐는 것이지요. 실제로 미국의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에게 바로 이 난사군도 문제를 콕 집어서 대놓고 자신의 편을 들라고 말한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중국은 거부할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습니다.

영국은 오랜 친구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시진핑 주석을 황금마차에 태웠습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 네덜란드 알렉산더르 국왕이 중국행 비행기 앞에 대기하고 있지요.

바야흐로, 돈이 곧 주먹인 세상입니다.

레고가 화장실로 간 까닭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이웨이웨이. 이름은 몰라도, 이 얼굴 낯익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이자 세계적인 설치예술가.

하지만, 중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반체제 예술가, 경계와 경계를 가로지르는 남자. 천안문 앞에 나체로 서 있는 모습은, 그가 지향하는 바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간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온 그는, 이번엔 완구회사 '레고'와 각을 세웠습니다. '레고'는 최근 그에게 블럭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요. 그가 레고를 활용한 전시회를 기획하자, 판매를 거부한 겁니다.

'레고'라고 하면, 동심·자유·창의력… 이런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 아닌가… 예술가의 정신과 맥을 같이하는 게 아닐까… 이런 우리들의 생각은 순진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레고는 지난 2년간 두 배 이상 급성장했습니다. 레고로서는 중국과 각을 세우느니 아이웨이웨이를 버리는 길을 택한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레고가 화장실로 간 까닭은… 아이웨이웨이의 화풀이라고만 단순히 치부할 수 없는, 돈의 힘이 지배하는 국제관계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이 변기 속의 레고는 또다시 우리에게 묻습니다.

한국… 당신은 누구의 편인가?

이것은 국내정치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듯 일방통행할 수 없는 그리하여 우리보다 더 센, 찍어 누를 수 없는 누군가를 더욱 설득해야 하고 또한 이해시켜야 하는, 그리하여 국가의 체면을 유지하고 이익을 지켜야 하는… 고도의 외교전… 우리 정부는 준비돼 있는가… 레고는 묻고 있습니다.

아이웨이웨이가 레고로 만든 다른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175명의 사람 얼굴. 지금은 변기에 들어 있는, 레고가 표현해낸 위대한 사람들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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