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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총 맞은 것처럼…'

입력 2015-11-0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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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총 맞은 것처럼'

오늘(2일)의 키워드입니다.

지난주 뉴스룸 '내일' 코너에서 전해드렸던 '화성인 습격' 기억하시는지요.

화성인이 침공해왔다는 드라마에 라디오 청취자 100만 명이 짐을 쌌다는, '희대의 해프닝'은 당시 스물세 살 프로듀서 오손 웰스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만우절 거짓말 같은 허구였습니다.

오손 웰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거짓말쟁이가 된 셈이지만 이 사건으로 유명해진 그는 영화계로 진출해 그로부터 3년 후 '시민케인'으로 영화사에 우뚝 섭니다.

'화성인 습격' 라디오 드라마는, 매스미디어의 막대한 힘을 보여준 사건이었지요. 그보다 20년 전에 발표됐던 '탄환이론'과 '피하주사이론'도 이때 또다시 조명을 받게 됩니다.

총 맞은 것처럼… 주사기의 약물이 몸에 투여된 것처럼…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미디어가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

그 이후에도 정치권력이 대중들을 향해 여론몰이를 할 때마다 매스미디어를 이용했던 것의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역사교과서… 그 여론전도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적화통일론까지… 심지어는 역사교과서뿐 아니라 모든 교과서를 국정화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고, 그동안 바로 정부 자신의 검인정을 통해 발간됐던 교과서들은 졸지에 화성인이 되어 지구를 침공합니다.

자, 이제 우리들은 화들짝 놀래어 총을 꺼내 들거나, 아니면 피난을 가야 하는가…

그러나 우리는 87년 전, 단순했던 대중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적어도 화성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화성인의 침공은 오래되고 낡아져 버린 시대의 라디오에서나 나올법한 허구에 지나지 않은 얘기라는 것을 압니다.

실제로 탄환이론과 피하주사이론과 같이, 대중들이 매스미디어에 무비판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은 지난 수십년 동안 수정되고 또 수정되어 왔습니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가 아닌 SNS의 시대이기도 하니까요.

다시 오손 웰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화성인 습격' 사건으로 유명해진 그는 3년 뒤엔 메가폰을 잡습니다.

'시민 케인'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 역사에서 최고의 영화로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당시 이른바 '옐로우 저널리즘', 즉,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언론 황제'로 군림했던 랜돌프 허스트를 풍자한 영화였다는 사실… 정치권력과 옐로우 저널리즘… 역사는 이렇게 참으로 많은 것을 얘기해줍니다.

그리고 내일… 정부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확정하는 고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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