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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숭례문 비리 조사하던 교수, 의문의 죽음

입력 2014-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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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숭례문 부실공사에 대한 수사가 신응수 대목장 등 24명이 입건되면서 일단락됐죠.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숭례문 의혹을 조사하던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분에 대한 것인데요.

박성훈 기자가 이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추적해봤습니다.


[기자]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이 한 시민의 방화로 잿더미가 됐습니다.

3만 5천 명의 인원과 27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공사 끝에 지난해 성대한 복구식이 열렸지만 기쁨도 잠시.

복구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부실 공사 논란이 터졌습니다.

연꽃 모양의 단청이 쩍쩍 갈라졌고 경찰이 숭례문 공사를 총괄한 신응수 대목장의 목재상을 압수수색합니다.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고 박원규 교수.

그는 숭례문 부실 의혹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바로 그 시점에 숭례문 목재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는 일을 맡았던 학자였습니다.

토요일이던 지난 1월 18일 오후.

박 교수가 집에서 나간 지 몇 시간 만에 대학 구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숭례문 부실 의혹 조사를 맡은 당사자가 갑자기 숨지자, 외압과 죽음의 배후를 놓고 추측이 쏟아졌습니다.

경찰이 조사까지 벌였지만 끝내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담당 경찰/청주 흥덕경찰서 : 한 달 동안 통화내용을 뺐거든요. (근데) 이상하리만치 다른 분들은 통화내용이 거의 없어요.]

JTBC는 박 교수가 숨지기 하루 전날, 마지막으로 그를 인터뷰했습니다.

[고 박원규 교수/1월 17일(마지막 인터뷰) : 준경묘(금강송) 채취가 아님이 유력한 것으로 2개, 5개는 판단 불가가 되겠습니다.]

당일 밤, 박원규 교수는 가족과 함께 JTBC 뉴스를 시청했다고 합니다.

[박OO/고 박원규 교수의 장녀 : 그날 인터뷰하고 와서 9시 뉴스 같이 시청하고, 그리고 나서는 오히려 되게 잠잠한… 별말씀 없이….]

짙은 안갯속 같던 의문에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한 건 고 박원규 교수의 통화 목록을 입수하면서부터입니다.

박 교수가 숨진 날은 지난 1월 18일 토요일.

이날의 통화 기록은 모두 4통이었고, 이중 박 교수가 받은 전화는 집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날, JTBC를 비롯해 여러 언론의 전화가 걸려 왔었고, 문화재청 수리기술과 사무관의 전화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통화 목록을 검토하던 취재진은 박 교수가 국회의원 출신의 한 변호사와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해당 변호사를 찾아갔습니다.

이 변호사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습니다.

[심규철/변호사·전 16대 국회의원 : 갑자기 전화가 와서 상담할 내용이 있다고 그래요. 그래서 자기가 숭례문 복원 공사 관련해서 지금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숭례문 기증목에 대한 박 교수의 연구 결과를 조사했습니다.

기증목을 축소 조사해 신 대목장의 기증목 횡령을 도왔다는 겁니다.

박 교수는 본인이 의혹의 대상이 됐다는 생각만으로도 괴로워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규철/변호사, 전 16대 국회의원 : 적당히 남을 봐주고 대가관계에 연루되고 이런 친구는 아닙니다. 그런 의혹의 대상이 되니까 경찰이 자꾸 불러대고 수사대상이 되니까 많이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연구진은 무엇보다 기증목을 평가할 때 상태가 안 좋은 나무로 실험해야 공사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김요정/충북대 목재연륜소재은행 박사 : 가장 나쁜 것을 기준으로 갖고 와서 나머지들은 그 이상일 거라고 얘기해야 올바른 해석이잖아요.]

문화재청은 박 교수의 연구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윤순호/문화재청 대변인 : 지침상에는 몇 본을 써라 이런 건 없었고 연구가 문제 된다고 얘기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찰은 기증목 평가 결과와 관련해 박 교수를 조사한 것은 맞지만 수사 과정에서 기증목 연구 과정 등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였을 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요정/충북대 목재연륜소재은행 박사 : 이 기증목이 그야말로 함정이었어. 조금만 기다리셨으면 이런 일들이 이렇게 해결이 되잖아요. 그럼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아실 텐데 너무 서둘러서 가신 거지.]

자신의 연구업적을 친절하게 설명하던 박 교수.

[고 박원규 교수/1월 17일(마지막 인터뷰) : 좁고 넓은 나이테의 너비를 그래프로 그려서 비교하고 통계적인 분석도 하고….]

우린 이제 이 목재학자의 설명을 더는 들을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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