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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서울 미래유산' 지정만 하고…보존은?

입력 2017-10-12 21:33 수정 2017-10-1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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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시가 4년 전부터 사라져가는 근현대 문화유산 수백 개를 '자랑스런 미래 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온전히 보존되기에 어려움이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오가는 행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서울 창천동 대학가 인근 대로변입니다.

유리창까지 책이 빼곡히 들어찬 헌책방으로 손님이 들어섭니다.

책상 사이사이로 손때 묻은 책들이 가득 꽂혀있고요.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종이사전도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수학 정석 책이 놓여있는데요. 초판년도를 한번 찾아봤더니 1969년부터 발행된 책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로 개업 45년 째를 맞는 이 헌책방은 여러 저명인사들이 과거 젊은 시절부터 즐겨찾던 곳으로 알려지면서 1세대 헌책방으로 불립니다.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에게 당시 금서로 분류됐던 책을 구해주던 기억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됐습니다.

[장화민/공씨책방 대표 : 그 전에는 운동을 하거나 고민을 많이 하는 학생들은 진보적인 책들을 많이 읽었죠. 그때는 그런 책을 접할 수가 없었잖아요. 갖고 있기만 해도 잡혀가는 시대였으니까. 몰래 감춰뒀다가 그 학생한테 주고 그랬죠.]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 등으로 손님이 몰리면서 헌책방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지만 수십 년째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이 버티는 힘이 됐습니다.

[최중선/헌책방 손님 : 책 수명이 너무 짧으니까 예전에 나왔던 좋은 책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헌책방의) 추억은 굉장히 많이 남아있죠. 옮기게 되면 그런 정서적인 아픔은 겪게 될 것 같아요.]

옛 맞춤법이 적힌 사전부터 50년 전 출시된 음반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아 3년 전에는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건물 임대인 측으로부터 퇴거요청을 받아 수십 년간 자리잡았던 이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서울시 측에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개인간 재산권 분쟁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는 실정입니다.

낡고 오래된 2층짜리 목조주택 지붕은 전체가 방수포로 뒤덮여 있고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고 적힌 출입문 안쪽은 이제 배달기사들의 자재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곳 역시 수년 전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지어져 희소성이 높다는 게 선정 이유인데요. 하지만 건물 곳곳이 깨지고 갈라지면서 당장 개보수가 시급해보이는 상황입니다.

[원단 배달하는 사무실이에요. 사람 안 살아요. (주인 할머니는) 재작년에 돌아가셨어요.]

한때 100여 곳도 넘던 헌책방이 즐비했던 동대문 헌책방 거리는 이제 20개 정도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년 전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점포마다 드문드문 간격이 떨어져 있어 미래유산 동판은 붙이지도 못했고, 지정된 사실을 아는 상인조차도 없습니다.

[동대문 헌책방 상인 : (미래유산 지정은) 처음 듣는 얘기에요. 그때는 가게가 백 몇십개, 여기서부터 저기 청계천 7~8가 까지 책방들이 있었잖아요.]

서울시 측은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거쳐 내년부터는 보존이 필요한 미래유산에 대한 기준을 정해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성수/서울시 미래유산팀장 : 지금까지는 지정에 집중을 했다면, 예산도 편성하고 자문을 받아서 세부기준을 마련해서 내년부터는 보존에 중점을 둬서 정책을 마련 중입니다.]

최근 4년 동안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곳은 420곳이 넘습니다.

후대에 자랑스런 유산으로 남겨지기 위해선 지정과 함께 온전히 보존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주원·박대권, 영상편집 : 임인수, 인턴기자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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