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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어린이 가기에 '낯 뜨거운' 어린이공원

입력 2017-09-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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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에 놀이 시설이 있는 어린이 공원이 1100 여 곳 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원이라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입니다. 오늘(27일) 밀착카메라는 어른들 차지가 된 어린이 공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상수동의 한 어린이 공원,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공원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어 하굣길 어린이들이 자주 놀러오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도록 미끄럼틀을 비롯해 각종 놀이기구가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시설물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면요. 스프레이로 적힌 낙서가 눈에 띕니다.

욕설은 물론이고요. 올라가는 계단 바로 위쪽에는 해외 음란물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 한글로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뒤쪽으로 한번 볼까요. 분홍색 판 가득히 그려져 있는 그림은 남녀의 성기와 함께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시선과 손길이 닿는 시설물 곳곳마다 어김없이 낙서가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놀이기구마다 얼룩진 그림과 낙서들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생 : 나쁜 말을 여기서 계속 배워서 가니까… 어린 동생들 보기에 부끄럽고 창피해요.]

음주와 흡연이 엄연히 금지돼 있지만 어린이공원 잔디밭 곳곳에서 버려진 담배꽁초와 술병 뚜껑이 발견됩니다.

[신효근/인근 대학생 : 어린이가 놀기에는 좀 부적절해 보이죠. 아이들이 보기에 좀 선정적인 문구도 있고 그림도 과격해 보이고. 외설스러워요. 더럽기도 하고…]

20대 남성 3명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데도 공원 한켠에 자리잡고 막걸리를 나눠 마시기 시작합니다.

마포구 일대 대표적인 유흥가로 꼽히는 홍대 앞 거리에 위치한 홍익어린이공원은 올해 초 어린이 놀이시설을 철거하고 공원 이름을 바꿔 달았습니다.

공원 주변이 유흥가 등 상업시설과 인접해 있어 사실상 어린이들이 놀이시설 이용을 위해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마포구청 관계자 : 홍익공원에는 어린이 공원 보다는 상업시설이 많고 대학가에서 거리공연이라든지 플리마켓 등 홍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시설로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바꾼 거예요.]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 공원은 아예 어른들의 차지가 되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서울 용산구 어린이공원 입구입니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와서 살펴보면요. 공원 한 켠에는 '공원 내 음주나 흡연 등 무질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무색할만큼 대낮인데도 공원 곳곳에서는 술판이 벌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금연 구역을 알리는 현수막 아래서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음주행위 금지 안내문에도 아랑곳 않고 삼삼오오 현수막 밑에서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순찰 중인 경찰이 다가가 막걸리 병을 강제로 빼앗기도 합니다.

[인근 주민 : 어린이는 없죠. 무용지물. 어린이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어린이 공원 이게 무색한 거지.]

공원 한켠 벤치에는 상자를 깔고 누워 잠을 청하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서울 시내 어린이공원은 모두 1106곳으로 전체 도시공원의 절반이 넘습니다.

일부 어린이 공원마다 어른들이 남긴 술병과 쓰레기, 소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서울시가 어린이놀이터 등 도시공원을 음주청정 지역으로 지정하고 소란을 피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례안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됩니다.

도심에서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일부 어른들의 몰지각한 행동과 당국의 느슨한 단속으로 그나마 마련된 어린이들의 공간이 더욱 좁아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경·박대권, 영상편집 : 임인수, 인턴기자 : 전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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