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파격과 완벽…'소름돋는' 알파고에 할 말 잃은 바둑계

입력 2016-03-10 21:5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할 말이 없다. 완벽한 패배다." 조금 전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오늘(10일) 두 번째 대국에서도 패배한 이세돌 9단의 소감인데요. 이제 이 9단은 종합 전적 0대2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입니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선 이 9단이 남은 세 판 중 한 판도 이기기 어려울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하는데요.

오늘도 아마추어 4단인 주정완 스포츠문화 부장과 함께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어제는 충격, 놀라움 이런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뭔가 좀 우울합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어제와 오늘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는데요.

어제는 이세돌 9단이 초반에 변칙수를 뒀습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수세에 몰렸는데요.

오늘은 반대로 알파고가 초반에 새로운 수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어서 알파고의 실수가 이어지면서 이세돌 9단이 초반엔 조금이나마 우세를 차지했는데요.

후반으로 갈수록 이상하게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돌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앵커]

이상하게 밀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건 조금 이따 얘기하도록 하고. 알파고가 뒀다는 변칙수? (새로운 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뭡니까, 그게?

[기자]

잠시 해설판을 보시죠. 여기까지는 팽팽합니다.

그런데 알파고가 여기서 이런 수를 뒀습니다.

프로기사들이 모두 깜짝 놀란 수인데요. 현대 바둑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수입니다.

[앵커]

왜 그렇습니까?

[기자]

바둑에서는 셋째줄은 실리선, 넷째줄은 세력선이라고 해서…

[앵커]

이제 공격을 해나가겠다?

[기자]

네, 세력선은 공격에 중심을 둔 선, 넷째줄은 공격에 중심을 두고 셋째줄은 집을 짓는 데 중심을 둔 선입니다.

그래서 넷째줄에서 백이 이렇게 집을 지으면, 본능적으로 흑이 나쁘다, 백이 좋다… (어디에 갈지 굉장히 난감해지니까요) 네, 이렇게 느낍니다.

이게 상식이고 바둑 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대목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런 상식에 도전했습니다.

고정관념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수가 출현한 겁니다.

[앵커]

설명하던 분도 굉장히 놀랐잖아요?

[기자]

모든 프로기사들이 다 깜짝 놀랐습니다.

[앵커]

그러면 왜 이렇게 뒀을까요?

[기자]

그거를 인간의, 지금 현재로서는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세돌 9단도 굉장히 고민에 빠져서 이 대목에선 장고했습니다.

결국 이세돌 9단이 선택한 수는요, 이런 수였습니다.

[앵커]

주 부장이 둔 것처럼 이렇게 뒀으면 안 됐을까요?

[기자]

이렇게 둔다면 알파고의 의도, 또는 알파고의 다른 계산에 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앵커]

이 9단도 굉장히 여러 가지로 생각했던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알파고는 이렇게 둬서 이쪽의 두터움을 차지했고, 백은 이렇게 둬서 중앙으로 진출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대략 타협이 이뤄진 결과입니다.

[앵커]

그런데 애초에 이렇게 둬버렸으면 알파고가 굉장히 고민했을 것 같은데, 그렇죠?

[기자]

프로기사들의 상식으로는 이렇게 둬야 합니다.

그러면 알파고가 아닌 다른 프로기사라면 '아차, 내가 실수했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알파고는 그런 상식을 뛰어넘는다는 게 현재 판단입니다.

[앵커]

그 다음에는요?

[기자]

그다음엔 이제 알파고의 실수가 좀 나왔습니다.

잠시 수순을 진행하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앵커]

그 친구도 실수를 하긴 하는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실전에 진행된 수순인데요. 여기까지 진행됐습니다.

여기서 백이 이렇게 단수를 쳤습니다. 바둑 용어로 단수라고 하면…

[앵커]

한 수만 더 두면 죽는 거죠?

[기자]

네, 한 수만 더 두면 이 석 점을 잡는다, 이런 뜻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도망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단수를 쳤고요. 도망을 갔습니다. 또 단수를 치고, 또 도망을 갔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둬야 하는데요,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여기 6점과 이 2점이 동시에 백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천하의 알파고도 여기서 이 둘을 동시에 살리는 묘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알파고는 할 수 없이 이렇게 6점을 살렸고요, 백은 이렇게 2점을 잡았습니다.

이 결과는 백이 조금이라도 앞선 결과입니다.

[앵커]

그런데 아무튼 백은 이세돌 9단이기 때문에, 조금 앞선 결과이기는 한데, 결정적 패인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기자]

이세돌 9단의 결정적인 패인이 없었습니다.

그게 굉장히 충격인데요.

[앵커]

그래서 아까 이상하게 밀리기 시작했다고 표현한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세돌 9단이 다소 느슨한 수를 둔 경우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면 최선을 다해서 뒀다고 할 수 있는, 이세돌 9단으로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초읽기에 몰리면서 바둑을 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했습니다.

어제는 실수 때문에 졌다고 할 수 있지만, 오늘은 최선을 다해 진 결과라 굉장히 충격이고요.

[앵커]

그래서 바둑의 이론을 다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오늘?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대바둑의 역사가 '바둑의 성인'으로 불리는 일본의 혼인보 슈사쿠에서 시작해서 대략 150년이 넘었는데요.

그동안 프로기사들이 수많은 대국을 통해 축적한 경험이 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바둑 이론이 정립돼 있습니다.

알파고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런 바둑의 이론이나 인간의 경험, 고정관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늘 알파고는 프로기사들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를 자주 뒀는데요.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면 다 일리가 있는 수였습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프로기사들 사이에선 지금 인간의 능력으로 과연 알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이런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프로기사들도 이상하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일리가 있다는 게 참 무섭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알파고의 출현이 바둑계에 단순한 충격 정도가 아니라 혁명적 변화를 예고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나저나 이세돌 9단 참 보기 안쓰러운데… 한번이라도 이기겠다고 했으니까 거기에 기대를 걸어보도록 하고요. 그러나 냉정하게 보는 분들은 앞으로도 쉽지 않다, 이렇게 보는 건 맞죠?

[기자]

네, 냉정하게 봐서는 3판 중 단 한 판도 더 이기기 어려운 게 아니냐, 이런 말이 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다음 대국은 모레 있고요. 주정완 아마추어 4단 겸 스포츠문화부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알파고 2연승, 바둑계 패닉…"이세돌 잘 두고도 졌으니"알파고, 이세돌에 완승…끝내기마저 막강했다 "알파고 승리, 똑똑한 하인의 등장…우려는 기우" 두려운 인공지능?…"인간 두뇌 보완하는 도구일 뿐"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