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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시간 '취객존' 된 해피존…여전한 택시 승차거부

입력 2015-12-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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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서 참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서울 도심에서 한밤 중에 택시 잡는 겁니다. 이 택시 승차 거부 대책으로 서울시가 들고나온 게 택시를 타는 곳을 지정해주는 해피존인데요. 심야시간 이곳의 모습은 어떤지, 밀착카메라로 담아봤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자정을 넘은 서울 홍대입구. 거리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룹니다.

서울에서 택시 승차 거부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되는 홍대입구역 부근에 나왔습니다. 이렇게 버스 전광판에는 버스 운행이 종료됐음을 알리는 알림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운행이 끊긴 자정을 넘긴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과연 어떨까요?

한 남성이 손을 뻗어보지만 택시는 스쳐 지나갑니다.

[시민 : 오니까 끄잖아요, 빈 차. 장거리 태우려고.]

차량 앞유리에 아예 행선지를 붙여둔 택시도 있습니다.

[이수백/서울 신림동 : 홍대는 (승차거부) 흔하죠. 안 간다고.]

택시 여러 대가 도로를 점유한 채 손님을 골라 태우기도 합니다.

[택시기사 : 여기는 단골 손님 아니면 안 와. 서울 택시인데 여기서는 지방만 나가는 걸로. 오랜 세월 영업하다 보니까 이렇게 자리 잡힌 거야.]

서울시는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달부터 '해피존'을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각은 밤 11시입니다. 매주 금요일 밤 이곳 강남역 부근에서는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이렇게 택시 타는 곳이라고 쓰여진 곳에서만 택시를 탈 수 있습니다.

[이동원/택시기사 : (행선지) 묻지 말고 타세요. 잘 가세요.]

시민들이 안내에 따라 차례차례 택시에 오릅니다.

[박화란/경기 성남시 수정구 : 질서가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택시를) 개인적으로 잡는 것보단 (시간이) 덜 걸리는 거 같아요.]

택시조합은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우는 기사들에게 3천 원씩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습니다.

[공성국 팀장/서울시 택시물류과 : 승객 실어 나른 건수가 3백 건 더 늘었어요. 더 효율적으로 승객을 실어 날랐다, 줄 서서 타면 더 이롭다. 그런 게 보이는 거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차도에서 택시를 잡는 취객.

단속 공무원이 이를 제지하자 되레 성을 냅니다.

또 다른 취객은 서 있는 택시를 발로 차기도 합니다.

자정을 넘긴 시간입니다.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이렇게 긴 줄로 서있습니다. 이렇게 횡단보도까지 나와 기다릴 정도입니다.

[장봉규/서울 자양동 :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추운데 긴 줄을 보니까 막막한 느낌이 들고.]

해피존에서 승객끼리 싸우고,

[새치기 하는 X들 많네. 내가 새치기 했냐? XXX.]

구토를 하기도 합니다.

[택시기사 : 여기 해피존이 해피존이 아니라 술 취한 승객분들 부축해 주는 곳밖에 안 돼.]

택시 승차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승차거부가 여전했습니다.

[(노량진 안 가요?) 노량진 어딘지 모른다고.]

해피존 운영 시간이 끝나자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새벽 2시 26분입니다. 해피존 운영 시간이 끝난 지 26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시민들은 택시를 잡기 위해서 차도까지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곳곳에서 요금 흥정이 벌어집니다.

[5만원이요? 기사님! 내 밥값이야.]

이날 현장에 나온 공무원과 택시조합원은 140여 명에 달합니다.

[김준/택시기사 : 사납금 올가미를 해결하지 않는 한 계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돈을 못 벌면 내 월급에서 나가는데.]

[이상규/택시기사 : 택시 공급이 절대 부족한 거예요. 택시 만 4천대가 부제(강제 휴무) 이름으로 서 있어요.]

올해 초 서울시는 2018년까지 택시 관련 민원을 지금보다 절반가량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3년 뒤에는 택시 기사와 승객 모두 웃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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