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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어도 못 쉬어"…졸음운전 내몰리는 근무 환경

입력 2015-11-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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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물론 졸음운전은 일반 운전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일텐데 유독 택시기사님들이 더 많이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10시간 넘는 근무시간 때문이죠. 법인 택시 기사들은 더 환경이 열악합니다.

계속해서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8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권혁관 씨. 매일 오후 5시에 집을 나와 새벽 2시까지 운전대를 잡습니다.

최근 들어 시력도 예전같지 않고 졸음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권혁관/택시 운전기사 : 수면제 먹은 것 마냥 (졸아서) 아찔한 적도 있고. 갑자기 신호가 서 있는데 못 봐서 꽥 소리 나면서 선 적도 있죠.]

취재진은 권 씨가 운전하는 모습을 관찰해봤습니다.

오후 11시, 밀려오는 졸음을 막기 위해 껌을 씹고 수시로 스트레칭을 합니다.

운전 도중 눈이 감기거나 하품을 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권혁관/택시 운전기사 : 풀로 쉬지 않고 생리적인 현상만 해결하고 있으니까. 피로가 쌓여서.]

좁은 운전석에서 하루 10~13시간 일하는 택시 기사들에게는 쏟아지는 졸음이 큰 골칫거리입니다.

[진용길/택시 운전기사 : 신경 노동이죠. 심지어 밤에는 눈이 차선으로 기어들어가는 느낌도 가져요.]

졸음을 쫓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합니다.

[임동철/택시 운전기사 : (졸릴 때는) 한적한 데 가서 삼십 분 정도 눈 붙였다가. 그러면 또 개운해집니다.]

[택시 기사 A : (잠 깨려고) 껌도 씹어보고 먹을 것도 먹어보고, 다른 생각도 해 보고. 쉬는 게 제일 좋죠.]

택시 기사 대부분은 졸음 운전을 한 이유로 피로 누적을 꼽았습니다.

[택시 기사 A씨 : 10시간씩 다니니 어디 갔다 온 지 모르고, 어지럽고.]

[택시 기사 C씨 : 마약 먹은 것처럼 멍멍해지고. 그러니까 사고가 나죠.]

법인 소속의 택시 기사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맞교대 근무를 합니다.

시간에 쫓기고 피로에 시달립니다.

[박진욱/택시 운전기사 : 하루에 한 번 정도 (졸려서 큰일나겠다는) 상황이 오죠. 신호 대기 할 때 특히, 뒤차가 경적 울리면 깨서 다시 무의식중에 앞으로 가고.]

사납금에 대한 부담도 큽니다.

차종에 따라 하루에 12만 3천원부터 14만 4천원의 사납금을 내고 수당을 포함해 월급을 받는데, 버는 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보니 10-20분 길에 차를 세우고 눈 붙일만한 여유도 없는 겁니다.

[진용길/택시 운전기사 : 잘 버는 사람은 16, 17만원 찍어요. (사납금) 입금하고 나머지는 (회사가)가져가요. 10시간 정도면 2, 3만원 손에 쥐고 들어가죠.]

어쩌다 시간이 좀 나는 경우도 기사들이 쉴 공간은 없습니다.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는 휴게 쉼터가 부족하고 최근엔 문 닫는 기사식당도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택시 기사들의 월 평균 근무 시간은 250시간에서 길게는 300시간에 이릅니다.

과로로 인한 사고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영국과 미국, 일본처럼 적정 근로 시간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졸음 운전 사고가 크게 늘기 시작하는 초겨울. 졸음택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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