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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한강 "채식주의자,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입력 2016-05-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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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한강 "채식주의자,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맨부커상 한강 "채식주의자,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창비)로 한국인 최초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셜널상(The 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받은 작가 한강(46)이 수상 후 처음으로 국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작가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채식주의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이 소설을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한다. 11년 전에 내가 던진 질문으로부터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고,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책으로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이제 최대한 빨리 내 방에 숨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작가와의 일문일답.

-수상 후 달라진 게 있나.

"오늘 지하철을 타고 (간담회에) 왔는데, 아무 일도 안 생겼다. 예전처럼 살고 싶다.(웃음)"

-맨부커상 받았을 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당시 시차 문제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렸다.(웃음) 다행이 발표 나기 전에 커피 한 잔을 마셔서 잘 마무리했다."

-담담하게 상을 받았다.

"이 책을 쓴지 오래돼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건너서, 이렇게 먼 곳에서 ('채식주의자'를) 사랑해주는 게 좋은 의미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채식주의자'가 영어로 번역된다고 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채식주의자'는 앞서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스페인어, 폴란드어, 일본어 등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됐는데, 그것은 내가 읽을 수 없는 책이었다. 영어로 번역된다고 했을 때, 유일하게 내가 읽을 수 있는 언어여서 기뻤다."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는 어떻게 소통했나.

"데버러가 번역본을 보내줬을 때 기뻤다. 여러 개의 노트와 메모, 질문을 곁들여서 메일을 보내줬고, 나는 그것에 대해 답을 하고, 메모해서 보내는 방식으로 여러 번 왔다갔다 했다."

-번역판과 원작과의 차이는?

"소설은 톤이 중요하다. 목소리의 질감 같은 게 중요하다. 데버러는 ('채식주의자') 1장에서 '영혜'가 악몽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의 내 감정을, 그 톤을 정확하게 옮겼다. 데버러의 번역은 ('채식주의자'의) 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번역이었다."

-톤을 중시한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의역이 있게 되면 작품의 오리지널리티가 훼손될 수도 있지 않나.

"'채식주의자' 번역본을 받았을 때 '소년이 온다'를 쓰고 있었다. 원작과 일일이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읽어봤을 때 원작에 불충실한 부분은 없었다. 제가 느낀 건 별 문제가 없었고, 어떤 분이 하나씩 비교를 했는데, 원문에 충실히 번역됐다고 했다."

-수상에 대한 압도적인 칭찬,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현재 쓰고 있는 작업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책의 형태로 드리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고 싶다."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

"'채식주의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이 소설을 질문으로 읽어줬으면 한다. 11년 전에 내가 던진 질문으로부터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고,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싶다. 또 정말 어려운 소설, 어려운 시는 없다. 문학을 어떤 대답 혹은 제안으로 받아들이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모든 소설의 장면들, 인물들의 움직임을 질문으로 생각하면, 이 질문은 뭘까, 이 움직임은 뭘까, 그렇게 생각하면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게 조금은 마음을 열고 한국 문학 작품 읽어주면 좋겠다."

-한국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위해 개선돼야 할 게 있나.

"'채식주의자'는 이 상의 후보로 오르기 전까지 2만부 정도 팔린 것을 알고 있다. 적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 하나하나가 귀중한 분들이다. (독자들이) 좀 더 많이 책을 읽어준다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노벨상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것을 국가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냥 글 쓰는 사람은 글을 쓰라고 하면 좋겠다. 상은 어디까지나 책이 완성된 다음에 아주 먼 어떤 결과인 거다.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문학의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나는 한국 문학 속에서 글자 그대로 자라난 사람이다. 한국 작가들이 쓴 작품을 읽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 문학에) 커다란 애정과 빚이 있다. 한국 문학은 많이 읽혀질 수 있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지금 이번 일(맨부커상 수상)이 화제가 되지도 않을 만큼 아주 자주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그런 일이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작품 활동을 해나갈 생각인가.

"나는 아주 개인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다. 어떤 글을 쓸 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독자를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다.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바람 사이에서 흔들리면서 글을 쓴다. 그러다가 완성되면 '어떻게 되긴 됐네'라는 느낌으로 끝난다. 그렇게 쓰는 입장에서 그 다음 일들까지 생각하기에는 여력이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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