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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서른, 잔치는 끝났다'…또 다른 의미의 생명력

입력 2016-05-19 21:58 수정 2016-05-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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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누군가 대신 그림을 그렸다는 이른바 '대작' 의혹.

'공장 돌리기'라는 업계의 은어까지 덕분에 추가로 알게 됐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작가가 유명 연예인이란 이유로 작품이 주목을 받았을 것이고 또 고가에 팔려왔다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을 해온 또 다른 작가가 있습니다.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다"

곤궁한 작가의 삶을 드러낸 그녀는 치열했던 80년대를 넘어서 90년대를 열었던 시기에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이름을 알린 시인 최영미였습니다.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함민복 시인의 시죠.

한 글자, 한 글자 정직하게 시를 써서 받는 돈 삼만 원, 시인은 애써 긍정적이고 싶었겠지만. 삶은 곤궁하였을 테고, 이미 20년이 지난 시이긴 합니다만, 그로부터 시를 대하는 세상의 인심은 얼마나 변했던가.

그리고 턱없이 헐한 대우에 허덕이는 배고픈 예술가들 앞에 펼쳐진 때아닌 기름진 단어, 이름하여 'K-문학'.

맨부커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경사이니 그 성취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K-pop처럼. 한식 세계화처럼. 그리하여 마치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처럼.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 얘기를 듣고 가장 당혹해 할 사람은 작가 한강, 그 자신이 아닐까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자 최영미를 떠올립니다.

베스트셀러 시인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곤궁함을 끄집어냄으로서 우리 문학… 아니 우리 예술이 처한 깊이와 두께의 곤궁함을 역시 끄집어냈습니다.

영국에서 날아온 수상 소식에 이제 마침내 잔치가 시작됐다고 들썩이는 사람들과 값비싼 대작 논란에 휩싸인 유명 연예인과 그 한 켠으로 졸지에 빈곤층 대우를 받게 된 시인이 겹쳐 보이는 오늘…

'서른, 잔치는 끝났다' 그녀가 내놓았던 그 처연한 시집의 제목은 또 다른 의미의 생명력을 획득합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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