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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신 못차린 새누리당…비대위 놓고 갑론을박

입력 2016-05-09 09:18

숨죽이던 친박, 관리형 비대위 방점
쇄신 외치던 비박, 지리멸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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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이던 친박, 관리형 비대위 방점
쇄신 외치던 비박, 지리멸렬

아직도 정신 못차린 새누리당…비대위 놓고 갑론을박


아직도 정신 못차린 새누리당…비대위 놓고 갑론을박


총선 참패 후 한달이 다 돼가고 있지만 아직도 새누리당이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헌정 사상 집권 여당이 원내 제2당으로 밀려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음에도 쇄신은커녕 다시 청와대를 바라보며 계파 싸움에 시동을 거는 듯한 모습만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고 주류인 친박계는 납작 엎드렸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여소야대 상황이기에 국회의장 직을 접었다"고 고백했고, 친박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도 친박 자숙론을 강조하며 유기준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반대하기도 했다. 같은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최 의원도 가만 있는 게 좋다"고 말할 정도였다. 친박이 스스로 '침묵만이 살길'이라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며칠이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선되자마자 친박계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을 놓고 관리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중진 유기준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별도의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비대위는 다음 전당대회까지 하는 한시적 기구"라며 "당의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쇄신특위를 상설기구로 두고, 그것을 운영하면서 당의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고 별도의 쇄신특위 설치를 주장했다. 같은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도 "비대위원장을 모셔올 여건이나 시간이 촉박하다"며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당대표나 새로 뽑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모든 당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두 달 후면 전당대회가 열리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는 마당에 한시적 기구인 비대위에 당 쇄신업무 같은 큰 역할을 굳이 부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다. 두 달이란 시간적 한계점을 감안하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엔 친박계의 당권 장악이란 의도가 숨어 있다. 그래서 지지층 안팎에서는 "아직도 새누리당이, 특히 친박계가 정신을 못차렸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친박계의 바람과 달리 비상대책위원회가 혁신형 체제로 구성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총선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이다. 당연히 공천을 주도한 친박계예 대한 비판이 분출하게 된다. 이 경우 친박계가 이번 총선 참패의 원흉이라고 지목될 가능성이 크고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차기 전당대회까지 두 달간 꾸준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 입장에선 보통 문제거리가 아닌 것이다.

내심 차기 전대에서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출신이 나서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총선 참패에 대한 원흉으로 두 달간 집중 조명을 받게 된다면 가뜩이나 마음이 돌아선 국민과 당원들에게 아예 싸늘한 외면을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차기 전대의 친박계 당권 장악은 물건너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서는 비대위 역할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저 차기 당권을 잡을 때까지 관리형 비대위로 범위를 국한시키자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비대위 자체를 출범시키지도 말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마저 나오고 있다. 총선 참패의 원인 분석이나 규명 등을 건너 뛰자는 속셈이다.

그런데도 이를 제어해야 할 비박계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통 알 수가 없다. 총선 참패 책임이 있는 친박은 목소리를 높이고, 비박은 잠자코 듣기만 하고 있는 여당의 지리멸렬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총선 참패 이후 한 때 당내 쇄신의 목소리를 내온 새누리당 혁신모임(새혁모)은 '원유철 비대위원장' 퇴진을 관철시킨 뒤에는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비박진영의 보스 격인 김무성 전 대표도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두문불출 하고 있다. 비박계가 이렇듯 구심점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보니 친박계는 '쇄신 대신 당권 장악'을 외치고 있고, 비박계는 힘을 합하지는 못한 채 개별적으로 혁신형 비대위의 필요성만 언급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총선 참패 후 '천막당사'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새누리당의 모습은 간 곳 없다. 불과 한달 만에 친박계의 당권 장악을 위한 꼼수와 비박계의 지리멸렬만 이어지고 있는 게 지금의 새누리당 모습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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