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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대책도 환불도 부실…대학생 등치는 국토대장정

입력 2015-02-17 10:02 수정 2015-04-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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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백 km를 걷는 국토대장정은 젊음의 훈장으로 통합니다. 특히 요즘은 이른바 스펙쌓기의 하나로 꼽히며 비싼 참가비 내고 도전하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허술한 안전대책에 환불 거부까지. 구멍이 숭숭 뚫린 국토대장정 업체들도 많았습니다.

밀착 카메라, 김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픔을 이겨내야 청춘이다.

요즘 같은 방학 시즌 큰 인기인 한 국토대장정의 모집 광고 문구입니다.

그런데 자칫,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가를 취소하더라도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제보가 저희에게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작 청춘들한테 아픔을 주고 있다는 건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한 달 전 충남 공주의 한 국도.

도로가 폭격을 맞은듯 난장판이 됐습니다.

14톤 화물차가 낸 사고입니다.

바로 옆 갓길에선 한 유명 국토대장정 참가자 수백명이 행군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화물차가 많이 다니던 도로였지만 이들은 무방비 상태였고, 결국 10명이 다쳤습니다.

주최 단체의 허술한 안전 대책이 화를 키운 겁니다.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단체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난 해 11월 같은 국토대장정 단체에 참가비 58만 원을 낸 대학생 A씨.

하지만 다른 일정이 생긴 A씨는 며칠 뒤 참가를 못 하게 됐으니 환불해달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A씨/국토대장정 환불 피해자 : 전화가 아예 걸리지 않는 번호인 거예요. 신호도 아예 안 가고. 게시판에 글을 남겼는데 바로 1분 만에 지워버리고. 저랑 비슷한 (환불 신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됐거든요. 그 분은 알고 보니까 2년 동안 계속 (돈을) 못 받고 계셨더라고요.]

A씨는 두 달 넘게 환불을 못 받았고, 해당 단체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털어 참가비를 낸 B씨도 마찬가지입니다.

[B씨/국토대장정 환불 피해자 : 어머니가 TV에서 그런 걸 보셨대요. 국토대장정 했었는데, 교통사고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하지 말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환불 신청을 했는데, 그 순간 담당자와의 모든 연락이 끊겼습니다.

B씨와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해당 단체 직원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냈습니다.

[S국토대장정 관계자 : (제가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환불 해드린다고요. 양해를 구하잖아요. 그냥 나가면 제 사비가 나가야 되는 거잖아요. 저희가 무슨 이익을 추구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저도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상한 논리를 펴던 직원은 자신의 이름조차 말하길 꺼려합니다.

[S국토대장정 관계자 : (전화하시는 분 성함이라도 알려주세요.) 이름 알아서 뭐하려고요. 제가 이름까지 얘기해줘야 되나요?]

실제로 환불을 못 받은 사람들은 훨씬 많았고 온라인 곳곳에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이 단체 운영자들을 찾아나섰습니다.

국토대장정 공고에 명시돼있는 해당 사무국의 주소입니다. 포스터인데요. 제 뒤에 있는 이 건물 6층에 사무실이 있다고 해 놨습니다. 한 번 찾아가 보겠습니다.

국토대장정과 전혀 무관한 사무실이었습니다.

[건물 관계자 : 아유, 그거(국토대장정 사무실) 없어진지가 언제인데요. (그래요?) 재작년에 없어졌는데.]

어떻게 된 건지 묻기 위해 명시된 번호들로 전화를 걸었지만 하나 같이 불통입니다.

다른 주소로도 가봤습니다.

이번엔 경기도 안산시 대부북동 91-66번지입니다.

이들이 경기지역 사무국 주소다, 라고 밝혀 놓은 바로 그 주소인데요. 그런데 이 주소로 내비게이션을 검색해봤더니 아예 없는 주소라고 나옵니다.

그나마 비슷한 주소지를 따로 검색을 해서 그곳으로 와 봤는데, 주변을 보니까 건물은 없고 야산으로만 빙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예 이들이 5개월 전에 주소지로 해놨던 곳을 찾아가보겠습니다.

가까스로 해당 주소가 안내한 곳까지 왔습니다.

앞에 보이는 건, 웬 펜션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펜션이 이 단체의 사무실인 건지, 이 안에는 단체 관계자들이 있기는 한 건지. 지금 가보겠습니다.

[S국토대장정 관계자 : (무더기로 환불 안 해준 사태 때문에요.) 지금 환불 나가고 있는데? 어떤 분이랑 통화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환불 나가고 있어요. (환불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미안한데 그거에 대해 말씀드려야 되나요?]

허름한 펜션이 이들의 사무실이었고, 참가자들이 쓰는 조리 기구와 각종 집기는 비위생적으로 방치된 상태입니다.

알고보니 이 단체는 정식 등록된 단체도 아니었고, 비영리단체 고유번호라는 것도 가짜였습니다.

이들이 주관 단체와 협력 단체라며 내세운 곳들도 모두 이름뿐인 유령 단체들이었습니다.

이 단체의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려고 매년 2000~3000명이 1인당 수십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오광균 변호사/녹색소비자연대 : 해당 약관은 불공정한 약관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의하면 출발 5일 전에 환불신청을 하면 전액환불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흔히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이런 국토대장정에 내 돈 내고 참가하려고 하는 것일 테죠. 하지만 우리 청춘들이 이런 고생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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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국토대장정 단체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방송사는 2015년 2월 16일자 밀착카메라 '사고·먹튀까지.. '부실' 국토대장정 추적' 제하의 보도에서 한 국토대장정 단체의 안전대책이 허술하며 참가비 환불신청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고 미등록 단체로서 주관·협력단체도 유령단체라는 내용을 방송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해당 단체는 관할 세무서에서 적법하게 비영리단체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아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단체는 "지난 5년 동안 정상적인 운영방침과 환불절차 및 행사 안전 체계를 준수해 왔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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