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뒤죽박죽' 회사 주차장 된 등대 가는 길

입력 2015-02-05 21:1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흔히 울산은 현대 왕국이다 라고들 하지요. 울산 경제에 현대중공업이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면에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말 현대 왕국이란 말이 실감나는 곳이 울산에 있습니다. 이건 좋지 않은 면에서 그렇습니다. 울산의 명소인 한 등대 앞 도로가 수천대의 차량과 오토바이들로 뒤죽박죽으로 주차돼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원인 제공은 현대중공업이 했습니다.

오늘(5일) 강신후 기자의 밀착카메라가 이곳을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울산 앞바다입니다. 저 뒤로 보이는 것이 이곳의 명소인 화암추 등대입니다.

그리고 이 밑이 저 등대로 가는 길인데요. 차가 끝없이 주차돼 있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제방길은 주차된 차들로 차량 통행마저 어렵습니다.

여기서부터 길 끝까지가 1.35km라고 하는데요. 제가 차량을 타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앞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차량이 3중으로 주차했다가 2중으로 주차했다가 오락가락 하다 보니 예측 운전이 힘들고요.

이렇게 갑자기 오토바이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운전하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길 끝까지 왔는데 시간이 5분 54초가 걸렸습니다.

시속 30km 속도로 2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이렇게 차 한대가 빠져나가기도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행자가 다닐 경우 위험할 수도 있고요.

보시는 것처럼 오토바이도 다니기 때문에 보행자가 다칠 위험은 더 큽니다.

[인근 주민 : 걸어오는 데 마주 오는 쪽에서 차가 온다든지 오토바이도 많이 다니거든요. 걸을 때도 불편하고…]

철조망 너머로 보시면 현대중공업 공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차를 이처럼 무더기로 차량을 주차해 놓은 겁니다.

[인근 주민 : 여기 직원들이 다 주차한 거죠. 피할 수가 없잖아요. 사이 사이에 들어가야 되고.]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차량이 일렬로 나아가고 있고, 이 오토바이 운전자들과 엉키면서 보행자들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직원 : 들어오는 차 (운전자)하고 시비 붙고 싸우고.]

차가 없는 등대길은 어떤 모습일까.

새벽 6시입니다. 이 길은 이렇게 비어있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출근 차량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어 어제의 그 무질서한 상황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근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는데 차량들이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한 시간이 조금 넘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차가 빽빽히 들어서서 더이상 주차할 공간이 없습니다.

이렇게 주차가 힘들다보니 여기 직원처럼 일찍 나와 차를 대고 잠을 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직원 : 조금 늦게 오면 (주차하기가) 힘들어서 보통 범퍼는 박으라고 있는 거니까. 저 뒤에 가면 더 그렇거든요. 저 뒤쪽이.]

보시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이렇게 주차하기가 힘듭니다. 조금이라도 어떻게 여기에 주차를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등대 길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늦게 도착한 직원들이 여기에 차량과 오토바이를 주차하는데요.

특히 오토바이는 그 양이 많아 보시는 것처럼 전용 주차구역까지 마련해 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도로와 인도를 무단으로 점령해 버립니다.

[인근 주민 : 보다시피 차도 많고 또 출퇴근 때는 오토바이도 많고.]

시민들과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현대중공업은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이준우/현대중공업 과장 : 인적이 없는 방파제라서 직원들이 편의상 주차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만 8천여 명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산업단지의 특성이 있거든요.]

현대중공업은 직원들이 차량과 오토바이로 공장 내로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공장 내부입니다. 이렇게 자재들이 많이 널려 있는데요. 이 때문에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확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곳을 관할하는 울산 동구청도 방파제를 따라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 관광사업을 벌일 예정이지만 이런 차량들로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병선 계장/울산시 동구청 교통행정과 : 키는 현대 중공업이 쥐고 있으니까.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해양사업부에서 오토바이만 회사 안으로 주차할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등대 길이 도로가 아닌 제방이어서 불법주차는 아닙니다.

제재할 방법이 현재로는 없는 겁니다.

거대 주차장이 되어버린 이 곳. 관할 지자체와 현대중공업이 뾰족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시민들의 불만이 이곳 제방 위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밀착카메라] '시한부' 분교 뒤에는…'임대' 주홍글씨? [밀착카메라] '모텔 숲 속' 어린이집…왜 이 지경까지? [밀착카메라] 폭행·성매매까지…무법지대 된 종로3가역 [밀착카메라] 딱딱하게 굳은 그 크림빵…애타는 가족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