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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시한부' 분교 뒤에는…'임대' 주홍글씨?

입력 2015-02-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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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경북 안동의 한 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식에서 거주하는 아파트별로 구분 지어 학생들을 줄을 세웠다가 임대아파트 차별 논란이 일었죠.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차별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합니다. 반대로 인근 다른 아파트 주민들은 임대아파트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폐교되는 분교까지 나왔습니다. 밀착카메라, 오늘(4일)은 서울 시내에서 이런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현장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가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한 초등학교의 '분교'입니다. 지난해 가을 서울에 최초로 탄생한 분교인 이 학교는 이제 이달까지만 운영되고 문을 닫습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1992년 개교한 이 학교는 최근 몇 년간 학생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 처음 입주할 때는 2부까지 있었어요. 20년 전에는. 그런데 지금은 학생이 없어요. 거의 다 여기가 독거 노인이니까.]

학교 운영이 어려워질 정도가 되자 지난해 8월 교육청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입주민들이 몰리는 마곡지구로 학교를 신축 이전시켰습니다.

그러나 고민 끝에 기존 학교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학기가 끝나는 이달까지만 분교 형태로 남기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 중간에 (전학)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잖아요. 3월에 가면 반편성을 다시 하잖아요 다 섞어서. 전학 온 지 안 온 지도 모른다고요. 가능하면 (학생들이 입을)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이 초등학교 후문 바로 맞닿은 곳에는 4480세대 규모의 대규모 임대아파트 2개 단지가 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이 학교로 통학하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문제는 이 임대아파트 출신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임대아파트 주민 : "너네 거지 아파트에 사는 애들이지 않냐"고 그러고. 애들이 보고 그러는 건지 듣고 그러는 건지 애들이 차별하긴 했나 봐요.]

새로 전학 갈 인근의 초등학교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집' 아이들이 많아 자칫 왕따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인근 주민 : 수준 차이가 나니까. 돈 씀씀이도 그렇고 생활하는 환경이 다르니까]

학기 중 학교를 옮길 경우 임대아파트 학생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결국 '6개월 시한부' 분교를 탄생시킨 겁니다.

그렇게 지난해 8월 기구하게 탄생한 분교. 이제 예정대로 곧 문을 닫게 됩니다.

현재 분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총 90여 명 정도. 이 가운데 곧 분교를 통해 졸업할 20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중학교를 마주보고 있는 또다른 초등학교에 새학기부터 전학을 가게 됩니다.

하지만 전학 후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학부모들 사이에선 벌써 걱정이 나옵니다.

[학부모 : 학생 수는 줄어들고…어쩔 수 없이 (전학) 결정된 것 같은데 걱정돼요 저도 솔직히. 애들이 적응을 못 할 것 같아서.]

[인근 상가 상인 : 빈부차가 많죠. 아무래도 배제가 많이 되겠죠. 왜냐면 빈부차가 어느 정도 나야 하는데, 너무 많이 나면. 학교 다닐 때도 벌써 노는 게 다른데.]

임대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

이렇게 학생들을 나눠서 줄 세워 논란이 됐던 한 초등학교의 예비소집일 당시 사진입니다.

이런 일들 때문인지, 지금 제가 나와 있는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의 한 임대아파트는 입주 당시 이름과는 달리 한 건설사의 유명 브랜드를 넣어 이름을 아예 바꿔버렸습니다.

SH공사가 처음 붙인 이름엔 시공사 S건설의 유명 브랜드명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입주 후 주민들의 요구로 이름이 바뀐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 예상치 못한 이웃간 갈등의 골로 이어졌습니다.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같은 브랜드의 일반 아파트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일반 분양 아파트 주민 : OOO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있잖아요. 근데 LH에서 건설하는 것도 다 OOO이라고 사용하는 건 좀 문제가 있죠.]

[일반 분양 아파트 주민 : 여기는 일반분양이고 저기는 정부에서 한 거잖아. 그니까 여기 사람들은 그게 억울한 거지. 따지고 보면 여기는 일반 분양이고, (평당) 2천만원이 넘었잖아. 근데 저기는 LH에서 매우 싸게 한 거 아니에요.]

이같은 반응에 임대 아파트 주민들 역시 감정이 상합니다.

[임대아파트 주민 : (일반 분양 아파트측 주장은) '임대면 임대 티를 내라' 이거죠.]

[임대아파트 주민 : 애들한테 '어 저기 짝퉁이다' 그러고. (임대아파트 측을 비난하는) 현수막도 걸려있으니까.]

좋은 뜻으로 시작된 임대아파트 라는 정책이 어느 때 부터인가 우리 이웃들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도구로 변질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 편견이 우리 아이들에 그대로 대물림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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