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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모텔 숲 속' 어린이집…왜 이 지경까지?

입력 2015-02-0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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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밀착 카메라…오늘(3일)은 숲 속에 묻혀 있는 어린이집을 취재했습니다. 숲 속이라면 좋은 거 아니냐 하시겠습니다마는, 나무로 울창한 숲이 아니라 술집, 모텔, 성인용품의 숲을 말합니다. 왜 이 지경까지 됐을까요? 어린이집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행에만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닌 듯합니다.

밀착카메라, 이번 주는 김관 기자의 휴가로 이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는 지난주에 김관 기자가 밀착카메라를 통해서 음주실태를 전해드리기 위해 찾았던 영등포역 인근의 한 유흥가 골목에 나와 있습니다.

뒤에 보시면 건물 가득히 네온사인이 깜빡이고 있고 보시면 술집, 노래방, 성인용품 가게 등 다양한 업종들이 있습니다.

저희가 이곳을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이유는, 이곳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흥가, 이곳 한켠에 행인들도 고개를 갸우뚱할만한 풍경이 있습니다.

노란색 승합차, 아까 제가 서 있던 곳에서 불과 5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차입니다.

이쪽을 보시죠. 바로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바로 이 차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이었던 겁니다. 보시면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어린이 보호·교육기관이라는 푯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도, 바닥을 좀 비춰 주시죠. 이 바닥에는 성인용품, 유흥업소 전단지가 가득합니다. 여대생 대기중, 뭐 이런 문구와 함께 야한 사진이 있어서 어린이들이 볼까 염려가 될 정도입니다.

창문 바로 앞에는요, 이렇게 누군가 과음을 했는지 구토를 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뒤쪽으로 오시죠. 이 어린이집 골목 하나를 두고 모텔의 출입문이 있다는 겁니다. 과연 이런 환경 속에 어린이집이 있어도 되는 것인지 염려가 됩니다.

[인근 상인 : 남자가 여자 끌고 들어가려고 하고 여자는 안 가려고 그러고, 막.]

[인근 상인 :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이야기해요. '왜 여기 어린이집이 있느냐' 이거예요.]

이 어린이집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위치만 빼면 다 좋다"는 말이 나올 만큼 평가가 좋습니다.

[학부모 : 24시간 보육에 장애우하고 같이 합동 보육이잖아요. 그래서 시간 연장하기가 좋아서 왔는데 와 보니까 매우 좋더라고요.]

[학부모 : 선생님들이 항상 잘 해주시고, 졸업한 원생들이 군대 간 후에도 찾아올 정도로 가족 같은 공동체의 느낌이 굉장히 큰 어린이집이고.]

네온사인이 꺼진 지금 시각이 아침 8시 30분입니다. 어린이들이 속속 어린이집으로 도착하고 있습니다.

날은 환하게 밝았지만 거리에는 이렇게 간밤의 흔적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침마다 20분씩 청소를 열심히 하고 나서야 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습입니다.

교사나 학부모들도 주변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학부모 : (전단을) 집어요, 애들이. (바닥에) 카드나 전단 같은 것도 있고. 저녁이면 어쨌든 간에 사람들이 술집을 찾는 모습이 보이니까. 이왕이면 좀 깨끗했으면 하는 거죠. 길이 이러니까. 달리 돌아갈 길이 없으니까.]

그러나 조심스러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자칫 어린이집 자체가 나쁜 것처럼 오해받거나, 언론 보도 이후 최악의 경우 어린이집이 통폐합되는 등 엉뚱한 조치가 내려져 아이들이 갈 곳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학부모 : 구청에서 대책을 세우실 때, 보육 공동체잖아요. 이 공동체가 깨지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하셔서 대책을 세워주셨으면 합니다.]

영등포구청 측은 어린이집이 세워진 1996년에는 주변 환경이 현재보단 양호했지만, 세월이 지나며 점차 환경이 열악해졌다고 설명합니다.

[박래찬/영등포구청 보육행정팀장 : (주변)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보다 더 좋은 환경으로 어린이집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십년 가까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문제제기가 됐지만 별 반응이 없었던 구청 측은, 취재진이 직접 대책을 요구하자 그제서야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박래찬/영등포구청 보육행정팀장 : 2, 3월 정도에는 매입 대체부지가 선정될 것으로 보고 있고요. 시청에 신청을 해서 예산을 저희가 받아서 추진하게 되면…]

이 인터뷰 후 구청 측은 건축 기간까지 고려하면 내년 중에는 이전이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주변환경 속에 있는 어린이집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폐기물 처리시설, 유흥업소 등 영유아에게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시설 근처에는 어린이집을 세울 수 없도록 하는 보육사업 안내지침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녁 7시입니다. 날은 어두워졌지만 거리는 더 환해졌습니다. 종종 어린이들이 집으로 귀가하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는데요. 어린이들 눈높이면 한 이 정도 될 겁니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매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어린이들이 마주하는 풍경입니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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