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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공기업들 힘겨루기에 '등 터진' 웨딩홀

입력 2017-04-1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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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8일) 밀착카메라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하철역의 한 예식업체가 철도 공기업들 법적분쟁에 휘말리는 바람에 결국 문을 닫게 됐습니다. 공기업들 힘겨루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민간업체들의 피해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2012년에 들어선 경기도 의정부시 민자역사입니다.

역 대합실 한켠에 위치한 매장에 내걸린 노란색 현수막이 오가는 승객들의 눈길을 끕니다.

이곳은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사 안입니다. 불꺼진 웨딩홀 앞으로 보시면 호소문이 붙어있는데요. 공공기관의 이권다툼에 폐업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호소문입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한 번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결혼식이 치러졌던 예식홀과 폐백실, 신부대기실은 어두컴컴 합니다.

안내데스크 위에는 직원들이 사용하던 무전기가 널려있고, 벽에 걸린 달력은 지난해 12월에 멈춰있습니다.

연회장 조리실 안으로 한 번 들어와봤습니다. 시설이 석 달 넘게 그대로 방치되면서 곳곳에 이렇게 희뿌연 먼지가 가득하고요. 음식물이 차 있어야할 냉장 창고는 이렇게 텅 비었습니다. 수도가 끊기면서 이렇게 냄비에는 곰팡이가 가득 찼고요. 음식물도 이렇게 썩은채 방치돼 있습니다.

철도공사와 2013년 초 임대계약을 맺고 10억 원 넘는 공사비용을 들여 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철도역사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철도시설공단이 국유재산을 무단점유했으니 원상복구를 하고 사업장을 비우라고 통지한 겁니다.

[예식장 관계자 : 10억원 변상금이 통지서로 날아오고 그 다음에 철도공사에 항의하고 진정서 보내니까 '걱정하지 말고 운영해라' 라고 해서 계속 운영을 했습니다.]

10억 원의 무단점유 변상금은 철도공사가 납부했지만, 사업장을 언제 빼앗길지 모를 불안감에 100명 가까운 직원들도 모두 떠났습니다.

소문이 퍼지면서 70여 건의 결혼식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습니다.

[예식장 관계자 : 양쪽 기관의 싸움으로 힘없는 저희만 피해를 보는데, 누구 하나 나서서 해결하려는 사람도 없고 저희는 답답할 뿐입니다. 빨리 해결되기를…]

철도 공공기관들 분쟁으로 피해를 본 곳은 또 있습니다.

이곳은 KTX 오송역에 위치한 또다른 웨딩홀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내부사정은 의정부역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014년 철도공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철도시설공단이 사전 승인 받지 않은 국유지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고, 변상금 납부를 하지 못해 10개월 간 업체 통장을 압류당하기도 했습니다.

국유재산인 철도역사의 소유권은 철도시설공단이, 운영권은 철도공사가 갖고 있는데 공단 측에서 사전 승인없이 임대계약을 내준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장진우/한국철도시설공단 재산운영부장 : 기본적으로 (공단의) 사용 허가 없이 임대했다는 것이고요. 코레일(철도공사)도 변상금을 납부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법원에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입니다.

[박용호/한국철도공사 자산관리부장 : 공공기관으로서 임차인에게 재산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래서 변상금을 대신 납부한 것이고 변상금 부과 적절성은 관련 기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습니다.]

협의와 조율보다는 법적분쟁으로 두 공공기관이 맞서는 동안 그 피해와 억울함은 오롯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민간업체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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